가을에 익어가는 열매들이 마치 보석 같습니다. 산들바람이 부는 벤치에 앉아 잠시 보석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보석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등 각각의 보석은 특유의 색깔과 빛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킵니다. 오래전에 보러 갔던 티파니 보석전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더군요. 다이아몬드 새가 앉아있는 옐로 다이아몬드는 아름답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석을 탐내는 이유는 그것이 희귀하고 또 단단하여 오래가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보석은 소중한 것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을 받는 것은 다이아몬드인 듯합니다. 다른 보석들과 마찬가지로 다이아몬드에도 여러 색깔이 있지만 무색투명한 것이 더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왜 다이아몬드를 좋아할까요? 멋지게 커팅된 다이아몬드는 빛을 받으면 아름다운 색깔을 만들어냅니다. 한줄기 빛은 투명한 다이아몬드를 통과하며 굴절되어 수많은 색깔로 퍼져나갑니다. 커팅된 형태에 따라 각각의 색감은 신비하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아름다움이 우선인 듯합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는 단단하여 변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엄청난 열과 압력에 의해 생성된 다이아몬드는 더 이상 속성과 색깔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는 변하지 않는 것의 대표적인 상징이 됩니다. 그런 의미가 담긴 다이아몬드는 결혼 예물로 사용됩니다. 또한 결혼 60주년을 금강석 혼식이라 부르는 것은 오랫동안 깨지지 않은 결혼을 다이아몬드로 상징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알고 보면 다이아몬드는 탄소 결정체입니다. 숯과는 결정의 구조가 다를 뿐 탄소의 결정체라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다이아몬드의 경도는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광물로 다이아몬드에 흠집을 낼 수 없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다이아몬드는 깨어집니다. 당연하게도 그래서 원석이 가공되는 것이겠죠. 다이아몬드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흔히 캐럿(Carat Weight), 컬러(Color), 클래러티(Clarity) 그리고 커트(Cut)의 4C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중 커트는 사람의 솜씨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네요. 원석은 사람에 의해 가공하여 아름다운 보석이 됩니다. 하지만 원석인 돌의 속성이 변한 것은 아니므로 보석은 말 그대로 귀중한 '돌' 일뿐입니다.
그런데 보석들은 그 자체만이 아니고 귀금속과 결합하여 반지가 되고 목걸이가 되고 팔찌가 됩니다. 그러한 장신구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어떤 신분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전통은 꽤 오래된 듯합니다. 현재 결혼하는 커플들도 예물로 반지 등을 주고받습니다. 반지가 두 영혼의 결합의 증표로 교환된 것 또한 오래된 관습인 듯합니다. 여러 종류의 반지 중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는 아름답게 빛나는 순수한 사랑의 상징으로써 결혼 예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 예물인 다이아 반지에는 많은 사연이 있는 듯합니다. 결혼 다이아 반지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에는 기쁨과 눈물 그리고 갈등이 담겨있기도 합니다. 보다 큰 다이아가 애정의 정도를 가늠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까요?
결혼에 있어 진짜 보석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사랑 그 자체가 아닐까요? 서로의 서로에 대한 사랑은 가장 고귀한 가치일 것입니다. 그것은 나이, 인종, 사회적 위치, 재산 등 일체의 조건을 뛰어넘게 만듭니다. 그래서 사랑은 보석보다 더 빛나고 꽃보다 더 화려합니다. 결혼에 진짜 소중한 것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사랑인 듯합니다. 그런데 사랑은 변한다고 합니다. 사랑의 호르몬은 시효가 18개월에서 30개월 정도라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변해가는 사랑을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가 잡아둘 수 있을까요?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면 다이아몬드는 원래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사랑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듯합니다. 정, 친밀감, 정신적 유대감, 동반자 정신 등등 인간 사이의 긍정적 결속을 일컫는 모든 용어는 사랑의 다른 표현인 듯합니다. 같은 감정이라도 연인이라면 사랑이라 말하고 친구라면 우정이라 부를 듯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동행이라고도 하겠지요. 그런데 결혼을 이끌었던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면 이러한 또 다른 이름의 사랑이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포괄적인 개념으로서의 사랑은 인간 사이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마음의 끌림을 총괄해서 부르는 단어일 듯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의 시작은 아름다운 마음일 것입니다. 그 인간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가공되지 않은 원석 같은 것 아닐까요? 그 따뜻한 마음에서 사랑, 존경, 이타심 등등으로 표현되는 여러 가지 빛깔의 보석이 만들어질 듯합니다.
가을이 되니 열매들이 곱게 익어갑니다. 식물들에게는 자연의 질서에 따른 과정이겠지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화려했던 미소를 담고 있던 그 꽃잎을 이겨 열매가 되고 이제 매혹적인 색깔로 익어가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산책자는 열매는 꽃의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어 집니다. 물론 생명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귀중한 돌인 보석보다도 더 아름답고요.
이 가을에 익어가는 열매들을 바라봅니다. 진한 초록 잎 사이에서 붉디붉은 낙상홍 열매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그저 빨간 보석 같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가지마다 가득한 좀작살나무의 열매는 보랏빛으로 반짝입니다. 하나하나도 아름답지만 모여있으니 더욱 빛나는 듯합니다. 긴 가지를 따라 작은 보랏빛 보석들이 반짝이며 굴러 내려오는 듯도 하고요.
둥근 야광나무의 열매도 익어갑니다. 이제 더욱 반짝이며 빨갛게 익어가겠지요. 초록의 열매가 점점 색깔이 바뀌며 빨간 열매가 되어가는 모습은, 보석으로 말하자면 깊은 땅속에서 수많은 시간 동안 엄청난 열과 압력을 받으며 색깔이 변해가는 것과 비슷할 듯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가을에 진하게 익어가는 열매들은 모두 보석 같다고 말하고 싶어 지는군요.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게 부르는 노래(Song to the moon)'를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의 목소리로 들어봅니다. 왠지 달빛이 은은하게 내려오는 밤에 달에게 부르는 노래는 보석처럼 빛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