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며 느껴보는 시간의 흐름

by 블루윈드

화사한 햇살이 이제 초록으로 변해가는 나뭇잎 사이에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제 몇 송이 남지 않은 벚꽃이 바람에 날아갑니다. 어느 벚나무에는 이제 한 송이만이 남아 밝은 아침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꽃의 시간은 참으로 짧네요. 그녀는 왜 이리 서두르는 것일까요? 짧은 시간 동안 화사하게 피었으니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일까요? 인기 많은 그녀로서는 그럴 만도 하겠지만 조금 아쉽군요.


얼마 전 비가 올 때 벚꽃이 떨어지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제법 세찬 빗줄기와 함께 하얀 꽃잎이 쏟아지듯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건지 벚꽃 잎이 내리는 건지 분간이 안되더군요. 어느덧 땅에도 벤치에도 하얀 꽃잎이 가득 쌓이며 마치 눈이 내린 것 같았습니다. 쏟아져 내리는 꽃비 아래 한동안 서있게 되더군요.


굵은 가지 사이에서 아직 피어있는 몇 송이 벚꽃이 활짝 웃어옵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었을 때도 좋았는데 이렇게 남아있으니 반갑고 또한 예쁘네요.


초록으로 짙어져 가는 매화나무 잎들 사이로 작은 초록의 열매가 보입니다. 활짝 피어있던 매화를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리 빨리 흐른 것인가요? 하지만 이것은 워즈워드가 말한 꽃의 영광 뒤에 남은 힘일 듯합니다. 그런데 초원의 빛은 아직 밝게 비치며 이제 마른 꽃의 왕관을 벗으며 스스로 커가는 초록 매실에 내려옵니다.


매화는 새순이 나기도 전에 꽃이 피어나고,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꽃잎을 흩날리며 지고 또 열매가 되어갑니다. 봄날의 화사한 꽃들이 빨리 지는 것은 아마도 벌과 나비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녀들의 최적의 전략이겠지요. 그래서 그녀들로서는 오래 피어있을 이유가 없는 듯합니다. 이제 에너지는 열매를 키우는데 써야 할 듯도 합니다. 그래서 일찍 피는 봄꽃들이 반갑고 또 빨리 져서 아쉬운 것이겠지요. 하긴 매화만이 아니고 모든 꽃들이 마찬가지일 듯합니다만.


조팝나무의 하얀 꽃들도 지고 있네요. 작은 꽃잎이 점점 떨어지고 꽃받침이 점점 많아집니다. 그녀 또한 그녀들의 조상들이 그래 왔듯이 이제 씨앗을 키워가겠지요. 이렇게 마지막 화사함을 보여주려나 봅니다. 한쪽에서는 밝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하얗게 피어있네요. 옆에서는 진한 분홍색의 진한 분홍색의 영산홍이 피어나며 그 화려함을 자랑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꽃이 피고 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꽃이 피고 지어 시간을 느끼는 것일까요? 말장난 같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전자는 꽃의 입장이고 후자는 산책자의 입장인 듯합니다. 그녀들은 그저 변해가는 환경에 맞추어 살아가는 듯합니다. 그것을 시간이라 부르건 계절이라 부르건 그저 알맞은 조건에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겠지요. 공연히 사람만이 짧은 시간을 느끼고 또 흐르는 시간을 안타까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산책자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없이 시간이 흐르는 징표이기도 하네요.


다시 천천히 걷다 보니 커다란 초록잎이 가득한 모과나무에서 분홍색 꽃봉오리가 보입니다. 길게 늘어진 가지는 바람에 흔들거리고 분홍색 꽃봉오리는 여유 있는 모습입니다. 뭔가 상쾌한 모습입니다. 이제 진한 분홍색으로 곱게 피어날 모과꽃을 만나보게 되겠군요.


1-0901모과.jpg

빨갛게 피어있는 꽃복숭아꽃은 지금이 절정인가 봅니다. 밝은 햇살과 산들바람을 맞으며 빨갛고 빨간 꽃송이가 파란 하늘에 여유롭게 떠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화려하네요. 밝은 햇살을 받는 빨간 꽃은 강렬한 느낌이고 그늘 쪽의 빨간 꽃은 매혹적인 검붉은 색감을 보여줍니다. 어떤 꽃이라도 절정의 매력은 있겠지만 불타오르는 듯한 꽃복숭아꽃은 뜨겁기만 합니다.


1-0902꽃복숭아.jpg

바람이 붑니다. 그늘 쪽에 남아있던 산벚꽃 잎이 온몸에 쏟아지듯 날아옵니다. 바람이 불고 꽃은 지고 또 꽃이 피어나는 화사한 봄날입니다. 꽃향기가 묻어있는 듯한 봄바람을 맞으며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율리아 피셔의 연주로 들어봅니다. 음악에서도 바람이 불고 꽃이 피는 듯하네요.

이전 06화춤을 추듯 피어나는 겹벚꽃과 꽃사과 꽃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