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햇빛은 가득하고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옵니다. 천천히 걸어보니 바람에 꽃향기가 느껴지는 상쾌한 아침입니다. 점점 초록이 짙어지는 땅에는 꽃들이 분홍으로, 하얗게 또는 붉게 피어납니다. 왠지 이 봄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느낌입니다.
며칠 만에 만나는 야광나무에는 하얀 꽃이 피어있습니다. 밝은 아이보리 색감의 꽃잎이 고상한 느낌인데 노란 꽃술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나는 듯하네요. 초록의 잎새 사이에 있는 진한 분홍의 꽃봉오리도 금방 피어날 듯합니다. 살짝 햇빛을 받으니 더욱 새하얘지는 듯합니다. 가지마다 가득 피어나는 하얀 꽃들의 맑은 미소가 싱그럽네요. 그녀들은 초록의 잎과 함께 파란 하늘에서 붉어오는 아침 바람을 따라 부드러운 율동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조금씩 햇살이 다가오는 아침에 아그배나무 꽃도 생긋 웃으며 깨어나고 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아침이 상쾌한가 봅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반갑게 인사를 하네요. 산책자도 손을 흔들어봅니다. 꽃들이 가득한 가느다란 가지가 흔들거립니다. 꽃들이 무거운 것일까요? 아니면 산들바람이 시원하여 춤을 추는 것일까요?
아그배나무의 꽃이 핀 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아침 바람이 시원합니다.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언젠가는 이 작고 하얀 꽃들의 미소가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붉은 열매들이 익어가는 가을쯤 해서 말이지요.
그늘 쪽 벤치에 앉아 하얀 꽃들의 싱그런 미소와 가벼운 율동을 바라봅니다. 그녀들과 함께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맨스 2번을 들어야겠습니다. 왠지 부드러운 봄날의 꽃들의 숨결이 들리는 듯도 하네요.
이제 밤이 되었습니다. 야광나무와 아그배나무의 하얀 꽃들의 미소를 보러 다시 나서봅니다. 봄밤이 선선합니다. 낮에 제법 세게 불던 바람이 밤에는 조금 부드러워진 듯합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바람결을 느낄 수 있네요. 아마 꽃들도 그러겠죠? 봄밤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밤에도 하얀 꽃들이 활짝 피어있습니다.
밤하늘에서 야광나무의 흰 꽃들이 산들거리고 있습니다. 송이송이 피어있는 꽃들이 플래시를 받으니 더욱 산뜻한 모습이네요. 긴 가지를 타고 하얀 꽃들이 춤을 추듯 살포시 내려옵니다. 그녀들의 우아한 미소와 맵시 있는 자태가 아름답네요. 살짝 고개를 돌리며 깜짝 놀라는 듯도 합니다. 하지만 산책자를 알아보는 그녀들은 이내 미소를 짓는군요. 바람이 조금 세게 불어도 그녀들은 상쾌한 미소를 잃지 않네요. 신이 나는 것은 감출 수가 없나 봅니다.
점점 잦아드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고즈넉합니다. 뭔가 나지막한 노래를 부르려는 듯도 합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산책자의 마음도 편안해지는군요. 늘어진 가지에서 하늘거리는 꽃들도 시원한가 봅니다. 그런데 벌써 몇 장의 꽃잎이 떨어지기도 했군요. 아침의 세찬 바람 때문이었을까요?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한 꽃들을 올려다봅니다. 바람을 타고 꽃향기가 밤하늘로 날아가는 듯합니다.
아그배나무의 작은 꽃들이 밤하늘에서 내려옵니다. 선선한 바람에 그녀들도 기분이 상쾌한지 우아한 동작으로 춤을 추며 살며시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런데 그녀들은 신이 난 듯 밤바람의 리듬에 맞추어 멋진 율동을 보여주네요. 바람의 리듬이 조금 빨라지자 그녀들의 춤사위는 잠시 격렬해지기도 합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네요. 먼 하늘에 있을 자신을 닮은 별을 보려는 것일까요? 산책자에게는 밤하늘에 활짝 피어있는 그녀들이 별 같습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잔잔하면 잔잔한 대로 멋진 자태를 보여주는군요. 그녀들이 보여주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그대로 봄밤의 멋진 풍경이 되네요. 밤은 점점 깊어가는데 그녀들의 춤과 노래는 끝날 줄 모릅니다. 산책자도 점점 봄밤의 분위기에 빠져들게 되는군요. 꽃들의 미소와 향기는 계속해서 멀리 퍼져가는 듯합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이 봄밤에 그녀들과 같이 듣고 싶은 음악이 떠오릅니다.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들어봅니다. 화려하면서도 달콤한 피아노의 선율을 들으니 왠지 산책자의 마음을 대신하고 싶어지기도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