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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윈드 Oct 21. 2022

장미의 시간 그리고 장밋빛 인생

오월은 장미의 계절인가 봅니다. 많은 꽃들이 피어나는 시간이지만 빨간 장미는 오월의 화려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작은 꽃봉오리는 커져가고 꽃들은 연달아 피어나니 오월의 산책길이 계속해서 화려해집니다.        


오월 어느 날의 아침 날씨가 화창합니다. 하늘을 파랗고 햇살은 화사하고 바람은 상쾌하게 불어옵니다. 아침 햇빛을 받고 있는 장미는 더욱 붉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젯밤 비가 와서 인지 이 아침에 더욱 산뜻한 모습이네요. 초록 잎 사이에 길게 늘어진 덩굴장미를 보며 그녀들의 색깔과 향기를 느껴봅니다.     


빨간 장미가 아침 햇살을 받으니 하얗게 빛이 납니다. 장미에서 빛이 올라오는 듯도 하고요. 이제 더 이상 붉어질 수가 없어서 이렇게 하얗게 보이는 것일까요? 그늘 쪽의 장미는 뜨거운 열기를 잠시 식히는 듯도 합니다. 향기를 맡아보니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그런데 뒤쪽의 덩굴에서는 불이 난 듯한데 정말 타버리면 어쩌죠? 

    

     

낮은 언덕을 타고 길게 늘어진 줄기마다 빨간 장미는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햇살과 함께 타는 듯한 붉은 정열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늘에서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기도 합니다. 초록의 잎 사이에서 마치 붉은 꽃들이 송이송이 쏟아져 내려오는 듯도 하고요. 아침 바람과 함께 화려한 춤을 추기도 합니다. 그녀들의 멋진 모습을 한동안 올려다보게 되는군요.      


파란 하늘에는 초록색과 빨간색이 가득합니다. 장미의 향기도 가득한 느낌이고요. 아무래도 지금이 장미의 계절인가 봅니다. 왠지 마음도 밝아지고 발걸음도 가벼워집니다. 코니 프랜시스의 목소리로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을 들으며 콧노래로 따라 불러봅니다.     


비가 올 듯한 흐린 날씨에도 장미는 여전히 빨갛게 피어있습니다. 오히려 더욱 진한 빨간색을 자랑하는 듯합니다. 약간 검붉은 느낌마저 나는 진한 색감의 그녀는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그녀들의 아름다운 미소와 진한 향기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듯하네요.     


     

오월의 햇살이 초록의 나뭇잎 사이로 내려오고 불어오는 바람에 그림자도 춤을 춥니다. 햇살을 조금씩 뜨거워지는데 자주 가는 야외 카페에는 여러 색깔의 장미가 화려한 모습으로 피어있습니다. 제 각각의 색깔과 모습을 자랑하며 활짝 피어나는 장미를 하나하나 향기를 맡으며 바라봅니다.       


커다란 파라솔 아래에서 햇빛을 피하고 있는 장미는 우아한 모습입니다. 햇빛에 그을리지 않았는지 분홍의 얼굴에서는 엷은 미소가 번져 나옵니다. 그런데 멀리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 것일까요? 제가 다가가자 깜짝 놀라며 미소가 커져갑니다. 고개를 흔들며 살랑살랑 춤을 추던 목이 긴 주황 장미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 옵니다. 저도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자 같이 춤을 추자고 하는군요. 


진한 색감의 빨간 장미는 초록의 잎새 사이에서 살짝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붉은 정열은 가려지지 않는 진홍색이네요. 한눈에 알아보는 저에게 진한 향기를 내뿜어 줍니다. 약간 색깔이 다른 주홍 장미는 환한 햇살을 받으며 불타오르는 듯합니다. 뜨거운 색깔로 그렇게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데 오직 산들바람만이 잠시잠시 그녀의 뜨거움을 식혀주는 듯하네요.      


그늘에 모여있는 노란 장미의 커다란 꽃잎에는 작은 물방울이 몇 방울이 맺혀있습니다. 진하기도 하고 연하기도 한 노란 장미에서는 고상한 색감이 번져 나오는 느낌입니다. 어느 노란 장미는 가까이에 있는 작은 보라색의 꽃들과 소곤거리고 있나 봅니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는 것일까요? 하얀색 꽃잎에 빨간 반점이 뿌려진 장미도 만납니다. 언뜻 보기에 시든 줄 알았는데 뭔가 미안해집니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니 하얀색 꽃잎이 흔들리며 허공을 향해 빨간 색깔을 뿌려오는군요.         


여러 색깔과 조금씩 다른 모습의 장미들이 한데 어울리니 작은 장미의 정원이 됩니다. 산들바람에 그녀들의 웃음소리는 커가고 그녀들의 향기는 파란 하늘로 날아갑니다. 아무래도 그녀들과 같이 어울리며 커피를 한잔 해야 할 듯합니다.       


오월의 장미에 둘러싸여 생각해보니 장미들은 지금 가장 화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각각의 색깔과 모양 그리고 향기를 자랑하면서 말이지요. 장미의 시간은 아름다운 시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장미에게는 장미의 시간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우리의 시간이 있는 듯합니다. 화려한 색깔과 진한 향기로 피어나는 장미를 보며 우리는 장밋빛 인생을 노래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에는 언제가 장밋빛일까요? 어쩌면 따로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저절로 기쁨이 샘 솟아날 때, 그때가 아닐까요?      

장미와 함께 파라솔 아래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어봅니다. 산들 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감미롭고 율리아 피셔의 바이올린 연주로 듣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지휘하는 NDR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멋지고요. 어쩌면 산책자에게는 지금이 장미의 시간이고 이 순간이 장밋빛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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