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더 뜨거운 꽃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인가 봅니다. 날씨는 덥지만 여름은 여름대로 즐거움이 있겠지요. 그런데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꽃들은 씩씩하게 피어납니다. 산책자도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왠지 뜨겁게 피어나는 꽃들을 따라 걸어봅니다.       

수풀 속에서 큰 금계국의 노란 꽃이 뜨거운 햇살을 가득 받고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태양이 이런 빛이었던 듯하네요. 그의 그림 씨 뿌리는 남자가 생각납니다. 노란빛이 나오는 태양은 하얗게 빛나는데 농부는 그 아래서 씨를 뿌리고 있더군요. 왠지 밝게 빛나는 큰 금계국의 노란 꽃은 태양을 닮은 듯합니다. 

그 옆의 빨간 접시꽃이 화려합니다. 빨간 잎의 안쪽에서 하얀빛이 나오는 듯한데 꽃술의 느낌도 생생하네요. 역시 꽃의 화려함은 벌이 먼저 알고 찾아오는군요. 빨간 접시꽃과 노란 금계국이 멋지게 어울리는 꽃밭입니다. 그런데 어떤 접시꽃은 벌써 씨방이 달려있군요.      

낙상홍의 꽃은 어느새 열매가 되더니 벌써 갸름한 초록의 열매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있군요. 이제 점점 둥글게 커갈 듯합니다. 붉은 색감이 배어있는 매자의 초록의 앞에는 붉은 열매가 보입니다. 매자의 열매도 제법 통통해졌습니다. 그 안에 햇살과 빗물 그리고 시간을 녹이며 간직해가고 있나 봅니다. 

매끈한 초록의 잎이 튼튼해 보이는 좀작살나무의 줄기에는 꽃봉오리가 돋아있습니다. 작고 여린 줄기 위에 아주 작은 연두색의 꽃봉오리가 앙증맞고도 산뜻합니다. 때를 알아 꽃봉오리가 돋고 꽃을 피우고 또 열매를 맺어가는 식물들이 여전히 신기합니다.      

이곳은 삼색 무늬 바위취의 마을이네요. 산뜻한 모습의 하얀 꽃들이 가득 피어 있습니다. 풀숲의 작은 그녀들의 마을은 고요함과 우아함 그리고 상쾌함이 가득합니다. 한 무리의 나비들이 가득 날아오르는 듯한 꽃들을 들여다봅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작은 꽃들이 팔랑거리는 듯합니다. 하얀 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그녀들의 마을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 집니다.       

    

바위취 마을 옆에는 어성초의 작은 마을이 있네요. 초록의 풀밭에 여기저기 하얀 꽃잎이 흩어져 있는 듯합니다.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선명한 어성초의 꽃은 작지만 뭔가 당당하면서도 자신감이 느껴지는군요. 한쪽에는 한낮인데도 낮달맞이꽃이 노랗게 피어있습니다. 이름 때문인지 자꾸만 달덩이 닮았다고 말하고 싶어 집니다. 그런데 노란 낮달맞이꽃과 초록의 옥잠화 잎 사이로 바위취의 하얀 꽃도 피어 서로 어우러집니다.       

작은 연두색 잎들에 둘러싸여 뱀딸기가 빨갛게 익어갑니다. 노란 꽃을 받치고 있던 연두색 꽃받침이 이제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를 감싸고 있군요. 뭔가 최선을 다하는 그녀들의 노력이 느껴집니다. 수국은 작은 연두색 꽃이 점점 커지며 분홍색이 되어가는군요. 어느 꽃은 벌써 활짝 피어 빨강에 가까운 진한 분홍색이 되었습니다. 작은 순수에서 성숙한 정열로 변해가는 그녀들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봅니다.      

뜨거운 여름날에도 씩씩하게 꽃이 피는 그녀들에게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들려주며 응원해봅니다. 산책자도 기분이 시원해집니다.      

사철나무의 초록 잎 사이마다 연두 색감이 배어있는 노란 꽃들이 가득합니다. 햇살을 가득 받고 있는 작은 꽃들은 왠지 기운이 넘치는 듯합니다. 이 정도의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듯도 합니다. 그래서 사철 초록 색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요? 초록 잎이 가득한 나무 위로 능소화 줄기가 타고 올라가며 꽃이 핍니다. 초록 색 위에 주홍색 꽃들이 점점 많아지는 듯하네요. 밝은 주황색 꽃이 하늘 거리는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뜰보리수의 빨간 열매가 햇살을 받으며 익어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햇살을 가득 담고 있는 빨간 열매들은 단맛도 가득할 듯합니다. 뭔가 통통하고 말랑말랑한 느낌이 드는 열매들이 우거진 초록의 잎 사이에서 점점 붉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빨간 개양귀비 꽃들도 햇빛을 가득 받고 있습니다. 초록과 붉은 꽃이 가득한 작은 정원을 보는 듯하네요. 가까이에서 그 빨간 모습을 바라봅니다. 문득 클로드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양귀비 들판'이 생각납니다. 붉게 피어있는 양귀비 꽃 사이로 작은 양산을 들고 아들 장과 걸어가는 카미유의 모습도 떠오르고요.       

     

하얀 꽃의 안쪽에서 연두색이 배어 나오는 백합꽃도 활짝 피어있습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 길게 뻗어 나온 꽃술을 타고 진한 향기가 가득 뿜어져 나옵니다. 코를 대보니 진한 향기가 훅하고 들어오네요. 진한 분홍빛의 백합도 들여다봅니다. 뜨거운 햇살을 받고 있어서인지 진한 색감의 백합에서는 더욱 진한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합니다.     

햇빛을 받으며 피어나는 꽃들이 왠지 햇빛보다 더욱 뜨거운 듯합니다. 아마도 태양의 열기 때문만이 아니고 생명을 위한 그녀들의 정열이 피어나기 때문일 듯도 합니다. 그렇게 햇살을 받고 또 비가 오면 빗물도 받으며 씩씩하게 피어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는 것이겠지요. 비록 햇살 아래 걷게 되지만 그런 꽃들을 바라보는 이 시간이 즐겁습니다.      

그녀들에게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 1번 1악장을 들려주며 다시 한번 응원해봅니다. 묵직한 호른의 음색과 오케스트라의 상쾌한 멜로디를 들으며 그녀들은 더욱 씩씩하게 꽃을 피우겠지요? 멋진 음악을 들으며 꽃들을 바라보는 산책자의 축축해진 등도 조금씩 말라가네요. 조금 더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