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는 오월에, 아름다운 오월에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흩어지는 화창한 봄날입니다. 이곳저곳에서 꽃들이 연달아 피어나고 초록의 열매가 커가는 오월은 아름답네요. 햇살은 생각보다 따갑고 날씨는 조금씩 더워지는 듯하지만 산들바람이 불어오니 시원해집니다. 화창한 오월의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봅니다. 

    

커다란 작약 꽃이 여러 색깔로 피어납니다. 정말 진한 꽃봉오리가 진한 분홍 꽃으로 피어납니다. 진하기도 하고 연하기도 한 분홍색 꽃들이 밝은 햇살에 더욱 화사한 모습입니다. 분홍의 꽃잎에는 노란 꽃가루가 떨어져 있군요. 두 송이의 꽃은 마치 사이좋은 자매처럼 얼굴을 맞댄 채 활짝 웃어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진한 향기가 훅하고 느껴집니다. 커다란 하얀 꽃잎과 노란 꽃술도 고상한 느낌이네요.      

     

매끈한 초록의 잎과 색색의 꽃들에는 화사한 햇빛이 가득합니다. 오월은 눈이 부시네요.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니는 벌들은 꿀을 찾기에 바쁘네요. 산책자의 눈길도 바빠지며 마음은 즐거움으로 더욱 충만해지는 듯합니다.     

수풀 안에는 공조팝이 활짝 피어있습니다. 하얀 꽃들이 모여 둥글게 핀 모습이 꽃으로 된 공 같습니다. 그래서 공조팝인 것일까요? 따갑게 비쳐오는 햇빛을 받으니 더욱 하얗게 빛나는 듯합니다. 풀숲에는 하얀 물싸리 꽃도 피었는데 조금씩 흔들거리며 산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옆에서는 백당나무 꽃도 피어납니다. 하얀 나비 같은 페이크 꽃은 벌써 피었고 안쪽에 작은 연두색 꽃봉오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네요.       

나무들이 우거진 수풀 안에서 쪽동백나무의 하얀 꽃들이 파란 하늘 아래에서 바람에 살랑입니다. 햇빛은 따가워도 왠지 시원한 느낌입니다. 나무 안쪽으로 들어가 올려다보니 햇빛이 스며드는 밝은 색감의 꽃들이 밝은 초록 잎과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분홍색의 병꽃들도 가지마다 가득 피어있습니다. 흰 구름이 흘러가는 파란 하늘 아래 초록과 분홍이 어우러지는 오월의 풍경이네요. 화사한 꽃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산뜻한 상승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뭔가 즐거운 노래를 부르며 사뿐사뿐 춤을 추는 듯도 합니다. 분홍색 꽃이 아침 햇살을 가득 받으니 더욱 산뜻한 느낌입니다.      

하얀 찔레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코를 대보니 특유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이곳에는 찔레꽃 향기가 가득해지겠네요. 점점 커져가는 때죽나무 꽃봉오리가 유유자적한 모습입니다. 아침 바람에 흔들거리며 나뭇잎 사이로 비쳐오는 햇빛을 받고 있군요. 길게 늘어진 가지의 꽃봉오리를 살짝 내려다보니 그저 느긋하고 편안한 모습입니다.      

이제 장미의 계절이 시작되나 봅니다. 오월의 햇살을 받으며 장미의 꽃봉오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있습니다. 초록 잎 안쪽에는 벌써 한 송이가 활짝 피어있네요. 반가운 마음으로 빨간 장미의 향기를 맡아봅니다.      

그늘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는 싱그런 초록의 내음이 배어있는 듯합니다. 나무 벤치에 앉아 로베르트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중 첫 번째 곡인 '기적처럼 아름다운 오월에(Im wunderschönen Monat Mai)'를 들어봅니다. 그냥 '아름다운 오월에'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저는 예전에 강의에서 들은 이 번역이 마음에 듭니다.       

기적처럼 아름다운 오월에,

모든 꽃봉오리들이 터졌을 때,

나의 마음에는

사랑이 솟아올랐습니다.      

기적처럼 아름다운 오월에,

모든 새들이 노래할 때,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습니다

나의 그리움과 갈망을.     

사랑에 빠진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노래를 슈만의 음악으로 들어보니 이 오월이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왠지 오월은 사랑을 고백하기 좋은 계절 같네요. 하지만 대상이 반드시 연인일 필요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