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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윈드 Oct 21. 2022

비가 그친 맑은 아침에 음미해 보는 워즈워드의 '무지개

눈이 부시게 밝은 햇살이 봄날의 아침에 가득합니다. 하얗게 피어있는 벚꽃은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파란 하늘에 흩어지고 있습니다. 초록으로 변해가는 대지는 어젯밤에 내린 비에 촉촉하게 젖어있네요. 초록의 잎새 위에 남아있는 물방울은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고 나무 위에서는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비가 갠 어느 초원에는 무지개가 떠올랐을까요?     



윌리엄 워즈워드의 '무지개'를 읽어봅니다. 한 구절 한 구절 그 의미를 음미해 보면서요.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마음은 뛰노니,

내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고,

노인이 되어가도 그러할지니,

그렇지 않으면 죽은 것과 같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경건함으로 이어지기를!     


한잎 두잎 떨어지는 벚꽃 잎을 맞으며 시인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그런데 따스하지만 제법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소리를 내며 귓가를 스쳐 지나갑니다. 온몸을 휘감아오는 꽃향기와 새소리 그리고 바람에 마음까지 시원해지는군요.     


화사하게 피어나는 벚꽃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피어나고 또 한쪽에서는 벌써 떨어지기도 하네요. 하지만 파란 하늘에는 하얀 꽃잎이 가득합니다. 초록의 새순이 돋아나는 가지에서는 하얀 미소가 연신 흔들리고요. 꽃은 피고 지지만 아침 햇살에 해사한 미소를 짓는 그녀들의 모습은 어딘가에 남아있을 듯합니다. 그녀도 꽃봉오리를 맺던 기억과 지금의 화려한 시간을 어딘가에 간직해 가겠지요.       


분홍빛 미소로 마음을 설레게 하던 살구꽃은 이제 거의 지고 있군요. 살구나무 아래에 가득한 분홍빛 꽃잎에는 희미하지만 화사한 미소가 남아있습니다. 대자연으로의 아름다운 복귀를 보며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의 한 구절을 읊조려봅니다.      


초원의 빛,

꽃의 영광,

그 시간이 다시 되돌려지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차라리 그 뒤에 남겨진 힘을 찾으리.     


아마 시인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신비하고도 오묘한 법칙을 말이지요. 이제 꽃들은 지지만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그들은 열매가 될 것입니다.      


신비한 색감을 보여주는 매자의 꽃봉오리가 밝은 햇살을 받으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언뜻언뜻 노란빛이 보이는 붉은 꽃봉오리와 초록이 번져오는 자주색 잎들이 줄을 지어 사뿐사뿐 걸어 내려옵니다. 어떤 기대와 희망이 가득한 꽃봉오리의 나지막한 숨결이 느껴집니다. 그녀들은 그렇게 천천히 산책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려나 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길게 뻗은 가지와 함께 꽃봉오리들이 출렁거립니다. 그렇게 바람과 함께 꽃은 피어나려나 봅니다. 이제 붉은 꽃봉오리들의 호흡은 조금씩 빨라지며 노랗게 터져 나오겠지요.      


 

가끔은 무지개를 바라보던 소년의 심정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것은 기쁨이니까요. 이제는 무디어졌지만 내 안의 어딘가에 간직되어 있을 그 마음을 다시 찾아보는 것은 삶에 활기를 줄 듯도 합니다.     

기쁨은 어느 순간에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느낌은 그저 스쳐 지나가 버릴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떤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아본다면 그 자체가 커다란 기쁨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기쁨은 행운일 수 있지만 만들어가는 기쁨은 스스로의 의지로 언제든지 맛볼 수 있을 듯합니다.     


세상은 변화하고 마음은 달라집니다. 그것이 무엇이건 새로운 발견에 심장의 고동이 느껴지고 호흡이 빨라진다면 그 또한 기쁨이 아닐까요? 왠지 들을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듯한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를 들어봐도 그렇네요. 아마도 그 노래에는 어떤 기억이 같이 남아있기 때문이겠죠. 어쩌면 발견에는 오랜 기억의 새로운 해석도 포함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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