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윈드 Oct 22. 2022

겨울의 선을 따라 걸으며 겨울 나그네가 되다.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는 겨울의 정원을 걸어봅니다. 문득 겨울의 여러 선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른 가지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직선과 곡선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아직 남아 있는 열매들이 왠지 자연의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예술을 자연의 모방이라 설명하려 했던 분들의 생각이 조금 이해되는 듯도 합니다.      


낙상홍의 마른 가지들이 직선과 곡선의 멋진 흐름을 보여줍니다. 서로 교차되는 직선들 사이에는 붉은 열매가 포인트가 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열매의 주름진 선들에는 어떤 깊이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좀작살나무의 가는 가지들은 쭉쭉 뻗은 선들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빛에 따라 밝은 갈색과 함께 진한 갈색이 어떤 조화를 이루는 듯도 하고요. 아래로 늘어진 가는 가지에 달려있는 한 장의 마른 잎과 몇 개의 작은 보랏빛 열매는 아스라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화살나무의 가지들은 서로 엉켜있지만 왠지 시원시원한 선을 보는 듯합니다. 줄기마다 올라온 화살 날개 같은 껍질들도 독특한 모습이고요. 가지 사이사이에는 이제 땅으로 씨앗을 내려보내고 남은 열매의 겉껍질만이 군데군데 남아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박주가리의 줄기도 조팝나무의 가지 사이를 따라 유연한 곡선을 그리고 있군요. 직선과 곡선과 타원의 구성이네요. 그런데 저 박주가리 속에는 홀씨만 남아있군요. 솜털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잘 익은 홀씨들이 아직 모여있기도 합니다. 비단 같은 솜털들은 살짝 빛이 나는 듯도 합니다.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에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매자나무의 붉은 열매의 색감은 여전히 곱네요. 오랫동안 매끈한 모습을 보여주니 더욱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단단한 가지는 마디마디마다 방향을 달리하며 뻗어있고 그 위의 가시는 또 날카롭게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굵직하고 힘찬 직선의 가지들 사이에 두 개의 갸름한 매자 열매가 다정하게 달려있습니다. 여전히 어떤 두 여인의 우아한 자태를 보는 듯합니다. 두 미인의 붉은 미소가 여전히 매력적이네요.       


이름 모를 가지를 활처럼 당기고 있는 유홍초의 덩굴은 마치 어떤  순간에 정지되어버린 느낌입니다. 그런데 구부러진 가지나 말아 올라가듯 구불구불한 덩굴의 모습은 그대로 그림이 되었네요.      



산수유의 가지에서 뻗어 나온 작은 가지에도 붉은 열매들이 열려있습니다. 네 개의 주름진 타원형의 열매는 모습도, 색감도 멋지고 그 사이에는 작은 봉오리가 커져가고 있군요. 저 동그란 봉오리 안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매화나무 가지에도 아침 햇살이 고요히 내려앉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기가 느껴지는 초록의 가지 끝에는 봉오리가 맺어있네요. 꽃봉오리일까요? 왠지 봄은 멀지 않은 느낌입니다. 포근한 느낌의 겨울 아침은 여유를 부려볼 만하네요. 오늘은 왠지 대지의 호흡이 점점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겨울의 구부러진 산책길을 걸으며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의 목소리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 보리수를 들어봅니다. 문득 '성문 앞 우물 앞에 서있는 보리수...'를 부르던 어느 음악 시간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저도 겨울 나그네인 것일까요?          


이전 24화 새해 아침, 한 해를 생각하며 음악도 듣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