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말고 마가린
시골점방
그곳에 자리하던 추억의 뻥튀기 할아버지.
시골거리
그곳을 지나가던 계란이 왔어요~ 계란 장수 아저씨.
나는 그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지만
그곳에 오던 추억들은 어느새 떠나버렸다.
헛헛한 마음, 텅 빈자리.
고물상 아저씨가 오는 요일이면 트럭을 멈춰 세워 프라이팬과 냄비를 내다 팔 던 엄마.
덜거덕 거리는 냄비는 더 있는데 왜 다 팔지 않고 남겨두는 것인지..
엄마의 추억이었을까?
여름이 들어오는 모기장.
한 땀 한 땀 꿰어 막은 그곳엔 엄마만의 그림이 수놓아져 있다.
어두운 밤 골몰이 보고 있으면 바람의 소리가 들린다.
덧댄 그곳엔 모기도 못 들어 오지만 바람도 못 들어오지.
계란이 왔어요~
가장 먼저 우리들의 귀에 들린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엄마의 몸짓을 아빠의 말이 가로막는다.
"계란장수 다 뒤져버렸으면 좋겠네."
그 뒤로 우리 밥상에 간장과 뜨거운 김에 녹는 마가린 한 덩어리가 계란 대신 올라왔다.
노른 자를 톡 터트리는 맛은 없고 뜨거움에 형체를 잃어 흘러내린 마가린이 고소할 건 또 뭐람.
빗자루든 쓰레받기든 연탄집게든 손에 짚이는 무엇이든 매타작의 도구가 돼주는 날엔 퉁퉁 부운 다리가 야속하면서 눈물 콧물을 비벼 밥을 먹었다.
계란이 왔어요~
점점 멀어지는 샛노란 소리.
뻥이요~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심장 터지는 소리.
엄마 품에 들려 있는 뻥튀기가 꽃을 피웠다. 풍성하기도 하지.
고소한 냄새가 질투를 부른다.
그 속에는 달큼한 설탕 내가 그리고 엄마의 땀냄새 배어있다.
엄마는 어디서 눈물을 흘리고 왔을까.
웃고 있는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미소는 받아내지 못했다.
한 없이 슬퍼 한없이 눅눅해진 뻥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