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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면토끼 Aug 27. 2024

눅눅하지 만은 않게.

계란 말고 마가린



시골점방

그곳에 자리하던 추억의 뻥튀기 할아버지.


시골거리

그곳을 지나가던 계란이 왔어요~ 계란 장수 아저씨.


나는 그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지만

그곳에 오던 추억들은 어느새 떠나버렸다.


헛헛한 마음, 텅 빈자리.




고물상 아저씨가 오는 요일이면 트럭을 멈춰 세워 프라이팬과 냄비를 내다 팔 던 엄마.


덜거덕 거리는 냄비는 더 있는데 왜 다 팔지 않고 남겨두는 것인지..

엄마의 추억이었을까?


여름이 들어오는 모기장.

한 땀 한 땀 꿰어 막은 그곳엔 엄마만의 그림이 수놓아져 있다.


어두운 밤 골몰이 보고 있으면 바람의 소리가 들린다.

덧댄 그곳엔 모기도 못 들어 오지만 바람도 못 들어오지.


계란이 왔어요~ 

가장 먼저 우리들의 귀에 들린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엄마의 몸짓을 아빠의 말이 가로막는다.


"계란장수 다 뒤져버렸으면 좋겠네."


그 뒤로 우리 밥상에 간장과 뜨거운 김에 녹는 마가린 한 덩어리가 계란 대신 올라왔다.

노른 자를 톡 터트리는 맛은 없고 뜨거움에 형체를 잃어 흘러내린 마가린이 고소할 건 또 뭐람.


빗자루든 쓰레받기든 연탄집게든 손에 짚이는 무엇이든 매타작의 도구가 돼주는 날엔 퉁퉁 부운 다리가 야속하면서 눈물 콧물을 비벼 밥을 먹었다. 


계란이 왔어요~ 

점점 멀어지는 샛노란 소리.


뻥이요~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심장 터지는 소리.


엄마 품에 들려 있는 뻥튀기가 꽃을 피웠다. 풍성하기도 하지.

고소한 냄새가 질투를 부른다. 

그 속에는 달큼한 설탕 내가 그리고 엄마의 땀냄새 배어있다. 


엄마는 어디서 눈물을 흘리고 왔을까.

웃고 있는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미소는 받아내지 못했다. 


한 없이 슬퍼 한없이 눅눅해진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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