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넋두리 한번 해봄

by 가람

"이것도 못 하면 때려치워."


그게 머리 까진 팀장의 마지막 말이었다. 홧김에 사직한다고 내뱉고 바로 도주했다. 그건 '도주'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점심시간에 가방 들고 튀었으니까. 뭐 나를 정수기 가는 기계 정도로 쓰는 회사여서 별로 상관은 없다. 물론 난 그 회사보다 못하긴 하다. 최저시급 겨우 맞추는 일을 받는 삶. 그래도 우리 집은 내 자식 취업했다고 숟가락 들고 환호했었는데. 아, 이게 관용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밥 먹다가 얘기했거든. 아빠가 엄청 좋아했었는데 좀 미안하다. 나는 역시 무능하다. 사람마다 재능은 있다던데, 나는 재능이 하나도 없다. 재능 없는 삶은 진짜 힘들다.


내가 가진 재능은 숨 잘 쉬는 거. 뭐 그나마 음치는 아닌데 고음은 안된다. 공부 머리? 그건 옆집 초딩이 더 있을 듯 ㅋㅋ 중1 때 수학 행렬인가 뭔가를 가르칠 때 이미 나는 공부는 글러 먹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초딩 때부터 반에서 30등 정도였다. 그림도 진짜 못 그리고 체육은 옛날부터 항상 달리기 4등에, 팔씨름도 반에 있는 여자애한테 진 적 있다. 뜀틀 넘다가 굴러떨어진 적도 있고 피구 공 잘 못 피해서 맨날 1빠로 맞았다. 그나마 책(이라 쓰고 만화책이라 읽음)은 좀 읽었는데 중딩 때까지 왕따 당해서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읽었다. 이런 폐급 인생이 없다.


우리 아버지는 귀가 잘 안 들려 장애 판정을 받아서 어디 소기업에 겨우 다니고, 엄마는 음식점 서빙 알바를 하고 있다. 나름 성실한 삶이시지만 중졸도 못 하셨다. 아버지는 그나마 고졸이다. 친할머니 병원비 존나 많이 드는데 그 와중에 고모가 사기쳐서 몇천 뜯겨서 모아놓은 돈도 없다. 누나란 ㄴ은 나보다 더 폐급. 학생 때는 일진 놀이하다가 경찰서에 부모님이 불려가기를 몇 번,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집에 들어와 돈 내놓으라고 밥 한 번씩 먹고 간다. 뭐하고 사는지 모른다. 술집 같은 데서 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인스타 보니까 문신 돼지랑 사귀는 것 같은데 안 맞고 다니는 게 용하다.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 아빠 다 탈모임. ㅅㅂ 내 인생 어떡해.


그나마 키가 177cm로 좀 큰 편이다. 근데 얼굴은 여드름 흉터가 ㅈㄴ 많다. 글로 쓸 때는 좀 잘 쓸라고 했는데 말이 좀 강하게 나오는 건 양해 부탁한다. 그리고 못생겼다. 걍 잘생기기라도 했으면 얼굴이라도 좀 팔아서 뜯어먹고 살 수라도 있는데 못생기면 키가 소용이 없다. 여자들이 말을 안 건다. 거기다가 기본적으로 멸치다. 아빠도 엄마도 빼빼 말라서 나도 그거 그대로 타고 태어났다. 멸치에다 어좁인게 예전에는 너무 콤플렉스라서 푸쉬업도 맨날 했었는데 어깨는 안 넓어지더라. 나도 PT 받고 싶지. 근데 우리 집은 PT 받을 돈도 없다. 전문대 갈 성적이었는데 아빠네 회사에서 학비 지원해준다고 해서 지방 4년제 사립대 갔다. 4년제도 4년제 나름인데 취직 졸라 안되는 과다. 그래서 졸업 후에도 답이 없더라. 그냥 전문대 가면 되는데 왜 아빠는 그렇게 4년제에 집착을 해서.. 하.


대학 4년 동안은 술만 퍼마셨지. 생활비는 내가 벌어 썼다. 그래도 여친 운 좋게 한번 사귀고 데이트했었다. 물론 예쁘진 않았다. 근데 걔는 그래도 나보다 나았던 게 아빠가 대기업 다니는 것 같더라. 그래서 솔직히 계속 만나고 싶었다. 좀 속물 같은데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해서. 그리고 가난의 그늘이 없는 느낌?이 신선했음. 걔 몸에서 나는 꽃 향기를 나는 평생 낼 수 없을 것 같더라. 근데 걔네 부모님은 나를 ㅈㄴ 싫어했다. 그래서 헤어졌다. 우리 아버지 회사에서 곧 잘린다는 소리 들리는데 이제 어떡하냐. 요새 엄마도 손목이랑 허리 아파서 일 그만두니 마니 얘기 나오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그랬다던데,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나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시발 인생은 멀리서 봐도 시발이다.


회사를 그럼 계속 다녔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 하루에 100개를 처리하라는데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팀장은 인센티브 많이 받고 200개 한다고 하더라. 근데 나는 빡대가리라 그런가 절대 그렇게 못 치겠다. 거기다가 회사 밥 졸라 맛없고 사람들도 걍 딱 봐도 스펙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여기 온 사람들이었음. 뭐 그중에서도 이 일이 맞거나 정말 간절한 사람이 있겠지. 근데 보고 있으면 나도 ㅈㄴ 우울해지고, 한 달에 5명 들어오고 7명씩 퇴사한다 ㅋ 택배 상하차할까 했는데 아까도 말했다시피 본투비 멸치라 그냥 편의점 사장님한테 다시 꽂아달라고 해야겠다. 편돌이 인생이 나한테 제일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편돌이 생활을 3년을 했는데 사장님이 나중에 다른 곳에서는 점장하라더라. 그래도 그거라도 꾸준히 해놔서 다행이다.


인터넷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애 낳으면 안 된다고 그런 말을 많이 하지 않냐. 나는 구십프로 공감한다. 적어도 나에 한해서는 그렇다. 나는 그 돈, 돈, 돈 때문에 졸라 불행했다. 다른 애들은 쉽게 가는 수학여행도 정말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근데 너무 가고 싶어서 싸인 받아오라는 마지막 날 아침에 울면서 말했다. (그때 안가면 계속 왕따일 거 같아서 진짜 가야했음..) 우리 엄마, 아빠도 울었다. 우리 부모님 진짜 성실하고 멋진 분인데 차라리 내가 없었으면 입에 풀칠은 더 하고 살지 않았을까 해서 나는 태어난 게 불효 같기도 하다. 애초에 안 낳았으면 되긴 하지만.


근데 내가 왜 구십프로만 공감하냐면, 그래도 진짜 나도 가끔 행복할 때가 있어. 그냥 가족들 다 같이 모여서 티비 보고, 치킨 먹고 그런 건 정말 행복하거든. 왜 가난이 그렇게 잘못된 거야? 우리 엄마도, 아빠도 (내 혈육 제외) 진짜 성실하고 멋진 분들인데 말이야. 그냥 너희가 좀만 나눠주면 안 되냐? 진짜 조금만. 나는 그렇게 이기적으로 말해본다. 너네는 쉽게 얻는 게 우리 가족들은 너무 힘들었거든. 가난이 잘못은 아니지 않냐. 아니 갑자기 가정이 풍비박산 날 수도 있는 거고 너네도 언젠간 사고로 장애 생기고 가난해질 수도 있잖아.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게을러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거든. 난 좀 게으르게 살긴 했음. 그건 인정함. 근데 진짜 내 인생은 태어난 순간부터 노답이기도 했음. 사다리도, 동아줄도 없더라. 쉽게 지껄이는 새끼들 보면 짜증난다. 너네 인생이랑 내 인생이랑 뭐가 더 힘들었겠냐. (나보다 힘든 애들도 있었겠지만..;) 가난하면 애 낳으면 안된다고 함부로 말하는 ㅅㄲ들한테 짜증이 나면서도 그런 거 같다고 느끼는 내 기분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글 쓰는 놈들이 진짜 나 같은 애들일 수도 있겠지. 근데 나는 기믹인 애들도 ㅈㄴ 많다고 본다.


아무튼 지랄맞은 내 인생이다. 오늘은 집에 도저히 못 들어가겠다. 그래서 집 근처 도서관 화장실에서 이거 2시간째 쓰고 있다. 아빠한텐 뭐라고 말하냐 진짜...


댓글 1) ㅆㅂ 키는 크네

댓글 2) 형이 조언 하나 한다. 몸은 꼭 만들어라. 키 177이면 삶이 달라짐. 그리고 pt말고 헬스장 끊는 건 얼마 안해.

댓글 3) 아니 갑자기 문맥이 왜이럼 왜 나눠줘야 됨? ㅅㅂ 나도 집 없는데

댓글 4) 누나ㄴ 븅1신이네

댓글 5) 의지부족

댓글 6) 이래서 가난하면 애낳으면 안되는거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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