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中心
불현듯이 책장 맨 아래에 꽂혀있는 45년 전 네가 나의 생일 선물로 보내 준 시집(詩集)을 보게 되었다 종이가 바래기는 했지만 글을 읽어 나가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책 맨 앞장에는 순수함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는 너의 메시지가 남아있어 긴 시간 동안 나를 지켜본 듯했다 시(詩)를 읽으면서 이 시인들은 모두 네와 내가 사는 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과 여전히 우리는 어쩌다가 계절이 바뀌어도 꿈쩍하지 않는 시간(時間)을 메고 살았다는 서로의 처지에 미안해하며 책을 덮었다 혹 우리 사이가 화석(化石)으로 있을지 그냥 서로서로 바람으로 흩어지는 건지 문득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