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의 가을

中年 中心

by 허니

“혹시 집에 아버지 옷 중에 번쩍번쩍하는 단추가 있는 옷 같은 게 있니?”

“예”

“그럼 그거 금 단추네. 너희 아버지 군대에서 높은 계급이셨어?”

“………………………………..”

아이의 일생 최초의 일탈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마도 지금의 아들 녀석처럼 예닐곱 살 때 아니면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 시절에는 엿 장사들이 엿 판을 리어카에 올려놓고는 온 동네에 다니면서 철거덕 철거덕 가위를 쳤다. 각종 쇠붙이와 양은 등을 엿과 바꿔 준다면서 동네 아줌마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엿을 팔던 시절이었다. 아이는 아저씨의 꾐에 빠진 건지 아니면 샘플로 서비스해 준 공짜 엿에 '번쩍번쩍'하는 아버지의 군복 정장에 손을 대기 시작했단다.


추측하건대 정복 앞에 있는 단추부터 하나씩 잘라서 엿을 바꿔 먹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으리라. 그때에도 그 단추는 도금을 해서 화려하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엿 장사 아저씨는 제법 엿을 많이 주었단다. 그 맛은 지금의 초콜릿 맛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 그때에는 그게 최고였다. 엿 장사 아저씨가 그러 그러한 것이 있느냐고 물어서 있다고 하니까 가지고 오면 엿을 준다고 해서 시작했던 것이었다. 매일 같이…….

며칠 동안 수상한 거래를 하면서 소매에 있는 작은 것까지 떼어서 넘기고는 급기야는 계급장에도 손을 대었다.


나름의 판매방식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계급장을 분리해서 다이아몬드를 하나씩 아저씨에게 넘겼다. 이것도 며칠 걸려 거래를 하는 동안 다행히도 옷장 깊숙하게 있던 군복은 부모님에게는 걸리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알고 계셨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엿 장사 아저씨는 “또 다른 건 없냐?”는 말에 열심히 군복 주변을 뒤적였다. 다음 날 눈이 빠지게 아저씨를 기다렸다. 조그마한 쇠뭉치를 들고…………………. 그것은 아버지의 훈장이었다.



김 과장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김 과장 아버지는 대위로 전역하신 6.25 참전용사였다. 아버지의 군복에 있는 단추와 계급장을 팔아넘긴 아이는 지금 자신의 선친과 나이가 비슷해졌다. 이제 막 마흔의 문턱을 넘은 그에게는 가끔씩 꿈에 어린 시절이 나타난다고 한다. 아버지와 같이 했던 여러 장면을 기억하고는 “아버지는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아가셨나” 하는 의문이 들었단다.


문득 자신이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보니 "이렇게 늙어가는 건 아닌가"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가끔은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단다. 인생이 그렇게 흐르면서, 지금 사는 것이 그렇고. 문득문득 모든 게 귀찮아진다는 것이다. 회사일도 재미가 없고 힘들기만 하다. 스트레스만 쌓이는 것 같고 집에서도 짜증이 심해졌다. “내 아버지도 그러셨나?” 요즘 부쩍 김 과장은 가을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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