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전하는 말

詩 中心

by 허니

공원 산책길에 마주친

바람


신통하다

앞에 있는 나뭇잎들이

한 방향으로 흔들린다


흔들림 없는

바람의 의지에 따라

누구 하나 반항하지 못한다


바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일제히 몸을 트는 나뭇잎들은

모두들 말을 하지 않는다


이내 잠잠하다가는

다시 흔들리는 나뭇잎들은

조금 전과는 다른 방향이다


또 다른 바람이 따라왔는지

훨씬 더

그 기세가 다르다


바람에게는

어디론가를 찾아가는

숙명 같은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직진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길로 갈까

고민하는 나에게

이쪽 길로 가보라고

등을 떠민다


사실 언제였는지는 기억에 희미하지만

바람이 되고 싶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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