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忌日)

詩 中心

by 허니

기억한다는 행위는 고마운 일이다

남아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며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고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는 것이기 때문이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그와 특별한 무엇인가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이고

그 무엇인가를 가슴에서 끄집어낸다는 것은

기억이라는 약속을 우리들 사이에 두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꼭 오늘이었으면

이렇게 남아 있는 자가

떠난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지금, 내가 이 시간을 살고 있다는

이 사실만으로도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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