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무

詩 中心

by 허니

공원에는 실어증에 걸린 나무가 있다


지난여름 비가 세차게 내렸을 때에도

그 나무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모두들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고 말을 해도

그 나무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장맛비가 지나간 후, 뜨거운 여름날이 계속되었어도

그 나무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매미들의 격한 울음소리에도 무심하게

그 나무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줄기를 타고 오르는 개미들의 간지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나무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을꽃을 흔들어 대는 바람이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고

그 나무는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슈퍼문이 뜨던 날 밤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그 나무가

어!

어!

하며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그 나무 아래에서

밤낮없이 오가는 개미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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