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길이

詩 中心

by 허니

햇살이 빌딩 벽에 기대어 있고

서쪽하늘이 은근하게 분홍으로 물들어 가며

철새들은 비행연습을 마치고

전화하던 친구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틈으로 내 눈에 고요가 스며들 때

어둠은 이미 도시에 내려왔다


저 멀리 도로에는

이 도시로 돌아오는 차량들의 불빛이 밝아 보이고

경유지를 네 바퀴 째 찍는 버스,

기사의 하품이 잦아지며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낙업이 밟히고

바람 또한 그들의 등에 얹혀 가고

도시의 어둠은 벌써부터 내게 머물러 있다


낮부터 구름이 많았던 하늘에는

별빛은 찾아볼 수 없이

지상에 내려진 어둠의 행적을 따라가는

시간들


내 어둠은 겹겹이 쌓여 까만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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