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 하늘

詩 中心

by 허니

공원길에서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서 하늘을 보았다


비어있는 공간, 낮달만이 그곳에서 표류하는 듯 얼굴이 창백하다


공원에 있는 등 굽은 소나무도 허리를 어렵게 펴고는 하늘을 보았다


파랗게 질린 공간, 저 멀리서 날갯짓을 하는 고단한 새들의 귀환이 보인다


산책하던 노부부는 제 그림자를 밟으려는 아이를 쫓아가며 하늘을 보았다


멀리 있는 공간, 서쪽하늘에 해거름이 짧다


그날, 하늘은 추운 듯 허연 입김을 내면서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