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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 Jan 31. 2024

저울

詩 中心

주방에서 이러저러한 것들을 제 몸으로 받아

정확하게 헤아리면서 바른 이미지를 주었던 저울이었고

요리하는 재미는 둘째이고 레시피에 있는 양을 맞추려 하니

무엇보다 바늘의 움직임과 표시는 진리였다

그 바늘 달린 저울의 쓰임새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부터 작은 채소류를 얹어서 보기에 편한 것을 찾다 보니

숫자로 표기되는 저울을 새로 구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있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녀석의 분주한 활약에 밀려 나 있던

바늘 달린 저울

어제는 일주일 치 신문을 달아보니 바늘이 잘 가리키고 있어

아직 쓸만하다 싶어서 재활용 코너에 내어 놓았다

지난밤에

바늘 달린 저울은 옛 주인의 마음을  몇 번이고 달아봤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편치 않은 건 나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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