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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 Nov 21. 2024

메일박스

詩 中心

무엇이든 담아야 합니다

건조한 문구가 있는 인쇄물이거나

달콤한 상품광고 전단이 되었든

어떤 것이든지 담겨 있어야 제 이름값을 하는 것입니다

과태료 통지서가 있었던 제 뱃속이 비어 있다면

주인의 손을 빌려 외부로 내용물이 나갔을 터

제 몫을 톡톡히 한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든지 제 뱃속을 살펴보려면

등을 굽혀야 합니다

저희는

가로, 세로의 줄로 이어진 아파트 구조물처럼

개성이 없게 생겼습니다만

저마다 뱃속에 있는 내용물이 다릅니다

오늘,

지난 계절 내내 비어 있던 제 뱃속에

한 아이가 노란 은행잎을 넣고 갔습니다

제게 가을 뉴스가 전달되었습니다

제 주인에게도 너무 늦지 않게 전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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