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쓴 기사가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묻힐 때면 좌절감을 느낀다.
인터뷰이: 망고(26, 일간지 기자)
인터뷰 일시: 2021년 7월 30일
인터뷰어: 유하빈
Q. 일간지에서 코로나19 관련 이슈를 담당하고 있다고 들었다.
A.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처, 식품의약품안정처, 여성가족부를 출입힌다. 올해 입사했는데 수습기간을 마친 뒤 해당 출입처에 발령받았다. 이밖에 코로나19와 관련된 병원이나 요양원 등을 취재하기도 한다.
Q. 방역 현장을 직접 방문 취재를 하는 일도 많을 것 같다. 불안감은 없나.
A. 최근에는 접종 현장 취재를 많이 다녔다. 개인적인 불안감보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행동반경이 넓다 보니 직접 사람을 만나는 취재를 할 때 더 조심하게 되고 현장 관계자들에게 죄송할 때가 많긴 하다. 되도록이면 현장을 꼭 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 전화 취재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현장을 가야 기사가 입체적이고 의미 있는 경우가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일례로 예방접종센터를 취재하러 갔는데 투명 가림막을 두고 대화를 하다 보니 의료진과 접종자 모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접종하던 때 어르신들은 귀가 어두우시니 안 들려서 답답하고, 의료진은 점점 목소리가 커지다가 결국 목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에피소드는 전화 취재로는 알 수 없다.
Q.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다면.
A. 코로나19 상황 속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게 기억에 남는다. 섬 마을 등 오지에서 백신접종하는 것을 취재했다. 전라도 쪽 작은 섬들을 해군함정이 돌면서 백신을 접종했다. 이 때 백신을 맞은 섬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몇 명이 접종했다는 보도에서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다보니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중증호흡기질환자 환우회장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이분들은 면역취약계층으로 우선접종대상자였는데 환우회장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기능이 악화된 분이었다. 일상적인 호흡에 어려움을 겪다보니 마스크를 쓸 수 없다고 한다. 방역수칙 상으로도 호흡기질환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다 보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덴탈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했다. 직접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다.
Q. 코로나19 관련 내용을 다루며 제일 힘든 것은 무엇인가.
A. 어차피 내가 이 기사 쓰지 않아도 수 많은 기자들이 이 내용을 다룬다는 생각이 들 때 무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방역수칙 변경, 접종 계획 이런 거를 쓰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도 내가 제일 쉽게 설명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있다.
또 모든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하나 있다. 대면 취재를 거부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왜 취재를 하는지, 어떤 이야기가 궁금한지 꼼꼼히 설명하고 최대한 공식적인 루트를 거쳐 취재를 요청하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Q. ‘우한폐렴’, ‘백신공포’ 등 언론이 코로나19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가 있었다. 한국 언론이 코로나19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다루는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면 현장에서는 무엇이 바뀌었다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A. 코로나19 초창기 다른 언론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다수 언론이 우한폐렴이라는 명칭을 썼다. 여러 언론사들이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자기 반성을 거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표현으로 고쳤고, 후에 '코로나19'가 정식 명칭이 됐다.
기자는 자료를 받으면 거기에 살을 붙이는 취재를 하는 훈련을 한다. 그런 훈련을 받은 기자들이 관습적으로 확진자의 신상을 터는 기사를 썼다.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낙인을 찍는 사례도 많았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2020년 2월말 이전에는 확진자 동선을 다 따라다니면서 보도했다. 사생활 침해와 혐오가 예견됐다.
그래서 ‘코로나 낙인’이 찍힌 가게가 많았다. 예를 들어 한 가게 사장님이 확진됐는데 그러자 동네주민들로부터 욕을 듣는 것은 물론, 그 가게가 어디인지 소문이 나자 손님이 줄어 끝내 폐업한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개인’보다는 ‘사회’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언론이 변했다기보다는 코로나19 상황이 변해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누가 어디서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누군가를 혐오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한 셈이다.
백신공포 관련해서는 언론 뿐만아니라 어르신들의 단톡방 속 ‘가짜뉴스’가 큰 문제다. 언론은 이 가짜뉴스 속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백신 맞고 사망했다 식의 속보가 쏟아지니 접종자 입장에서는 겁에 질릴 수 밖에 없다. 통신사에서 그런 속보를 치는 건 할 일 하는 거지만, 나 같은 일간지 기자들은 속보를 확인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사망과 백신 사이 인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불안감을 가진 독자에게 잘 설명할 수 있게 기사를 써야 한다.
Q. 자극적인 코로나19 보도가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가.
A. 자극적인 기사를 보면 업계 사람으로서 기운이 빠진다. 자극적으로 쓴 기사가 관심을 많이 받아서다. 이리저리 물어보고, 하나하나 해석하고, 자료를 크로스체킹해서 공들이고 쓴 기사가 그런 ‘충격’, ‘공포’ 헤드라인 기사에 묻힌다. 인기있는 기사보다 좋은 기사를 쓰는 일에 좀 더 힘 썼으면 한다.
Q. 감염병을 보도하는 언론의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가.
A. 기자가 흥분하면 안 된다. 차분함을 유지해야 한다. 감염병에 있어 언론은 정부와 시민 사이 연결고리다. 정부의 발표를 다시 확인하고 분석해 보도하고, 시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흥분하면 어느 한 편에 치우칠 수도 있다. 무언가 빠뜨린 보도를 할지도 모른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 감염병에 있어서 냉철한 시선으로 사안을 다루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쉽고 명료하게 기사를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성상 수 많은 전문용어, 어려운 개념이 담긴 내용이 많다. 그대로 쓰면 독자는 이해하지 못한다. 전문가의 멘트를 쓸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학술적 관점에서 감염병을 다루면 언어가 차갑다. 예를 들어 사망과 백신 인과성을 물으면 ‘사람은 원래 죽는다’는 식의 답변이 오기도 한다. 학술적 시선과 시민의 시선 사이 간극을 줄이는 일을 기자가 해야 한다.
Q. 앞으로도 인류는 수 많은 감염병을 마주할 것이다. 감염병과 공존하는 시대가 왔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감염병과 지혜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A. 감염병을 잘 모르니까 정부에 기대게 되는 것 같다. 정부가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소통의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감염병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생각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되야 한다. 감염병과의 공존을 위해서는 인류 구성원이 공존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