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인류 생존을 위해 탈성장, 탈소비로의 패러다임 전환 시급해

by 코로나기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이 풀이한 정치(政治)의 사전적 정의다.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이견이 있겠지만, 적어도 ‘상호관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는 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만남을 금지시켰다. 만나서 알리고, 만나서 싸우던 기존의 정치의 방법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여의도에서 다뤄지는 의제도 크게 달라졌다. 일례로 재난지원금이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붙이며 기본소득(혹은 수당, 배당 등으로 이름을 바꾼 같은 맥락의 정책들)이 정쟁의 중심에 놓였다.


팬대믹 직전 창당해 팬데믹 선거를 치르고, 기본소득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신생 정당인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실 비서 김지수 씨에게 직업 정치인이 정치하는 방식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또 펜데믹 이후의 정치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들어보았다.


그는 코로나19와 함께 새로운 표준이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 정치의 영역에서 다뤄야 할 이야기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복귀’가 아닌 ‘뉴 노멀’ 그 자체라고 봤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이전 사회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탈성장, 탈소비, 기본소득이 펜데믹 이후의 핵심 의제라고 봤다.


인터뷰이: 김지수(27,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홍보비서)

인터뷰 일시: 2021년 7월 4일

인터뷰어: 유하빈




Q. 어떤 일을 하고 있나.


A.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에서 홍보비서로 일하고 있다. 창당 과정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지금은 의정활동 보좌, 정책 연구 등과 함께 영상 제작, 홈페이지 기획, 온라인 광고 등 홍보 관련 일을 주로 한다.


Q. 기본소득당을 소개한다면?


A.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 도입을 목표로 하는 원 이슈(One Issue) 정당이다. 2020년 1월 19일에 창당한 젊은 정당이다. 당원 평균 연령도 27세로 젊다. 기본소득이 새로운 사회 표준으로 자리잡기 위한 활동을 주로 펼치며, 페미니즘과 동물권 등 새로운 진보 이슈들도 주요하게 다룬다.


Q. 국회의원 비서라면 ‘정치’가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를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


A. 나는 14학번이다. 대학에 입학한 해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적어도 국민의 안전만큼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믿음이 무너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고 집회에 나갔다.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에서 절망감을 크게 느꼈다. 이들처럼 억압받는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국가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일을 직접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본소득당의 창당 멤버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부터 시민단체 활동 등 다양한 정치 관련 활동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 당위성 등에 공감해 지금까지 왔다.


Q. 코로나 재난지원금이 기본소득 논쟁에 불을 댕겼다. 기본소득 이슈를 가장 먼저 국회로 끌어들인 정당으로서 기본소득(혹은 재난지원금) 관련 논의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A. 우리 당이 창당한 직후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됐다. 창당 당시만 해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정말 미미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기존에 존재했던 사회의 모든 것들, 삶의 모든 것들을 변화시켰다. 당장에 마스크 없는 외출은 ‘과거’가 됐지 않나. 기본소득당은 재난지원금으로 대표되는 ‘기본소득 논의’를 코로나19가 앞당겼다고 보고 더욱 기본소득 논제를 구체화하고 정당화하는 중이다.


우리가 기본소득의 근거로 주장하는 것은 공통부(Commons)다. 사회가 공유하는 부를 말한다. 사회적 부란 개개인의 노력 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함께 쌓아온 자원이라고 본다. 그것에 근거해 공통부를 구성원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가 우리가 말하는 기본소득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시적으로 주는 재난지원금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기본소득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경제활동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초유의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얼마큼의 지원을 할 것인지 논의가 벌어졌다. 재정건전성, 평등, 공정 같은 이슈가 대두됐다. 일시적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다시는 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재난지원금을 시작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폭넓게 이어가야 한다.


Q. 코로나19 직전 창당을 하고 코로나19 상황 속 첫 선거를 치렀다. 그간 정당이 해 왔던 ‘대면 중심’의 정치활동과는 크게 다른 방식으로 정당활동을 펼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A. 창당 후 세력 확장을 위해 당원 모집을 위한 오프라인 모임을 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마스크였다. 우리가 유명한 정치인이 있는 정당이 아니다 보니 후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존재를 알리는 것부터 난항인 선거였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세미나, 토론회도 어려웠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기 힘들어 빠른 피드백이 불가능했다. 또 국회의원 누가 국회에서 무엇을 하더라 하는 것 자체가 이슈를 만드는 데 온라인 상으로 하면 이슈를 생성하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한편으로는 신생정당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로 온라인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게 우리 입장에서는 그나마 ‘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자금이나 인력 면에서 거대 정당을 따라갈 수 없는 신생 소수정당은 오프라인에서 이들과 싸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 화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라인은 달랐다. 잘 기획한 온라인 캠페인, 광고 등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오로지 기획력 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기본소득 받고 싶다’라는 주제로 누구에게나 매달 60만 원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 영상 광고를 만들었는데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관심을 가졌다. 덕분에 온라인을 통해 많은 청년 당원을 모집할 수 있었다.


Q. 정치의 핵심 중 하나가 연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속 물리적 연대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집회 규모도 축소됐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정치의 ‘뉴 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19가 앞으로의 정치적 행동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A. 아무래도 취약계층 의제를 드러내기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온라인 공간 접근성이 높다고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다. 접근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도 많고, ‘온라인 리터러시’ 능력이 없는 사람도 많다. 그나마 공정했던 게 오프라인이다. 시끄럽게 만들어 나의 어려움에 사회가 관심을 가지게끔 하는 게 집회였다.


요즘 보면 청와대 국민청원이 정치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슈다. 온라인에서 논의되는 이슈가 정치화되는 경우가 많다. 국민청원글을 올릴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만나기 어렵다.


Q. 그런 상황에서 정당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A. 어쨌든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온라인 공론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온라인 상에서 소외된 이슈들을 공론화하는 게 정당의 역할이라고 본다.


우리 정당 홍보 같지만(웃음) 이런 맥락에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업 등의 이유로 정치참여가 힘든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준다면 어떨까. 기본소득만큼 노동시간을 줄여 풀뿌리 정치 운동에 동참할 수도 있고, 기본소득으로 정치 기부 문화가 활성화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뉴 노멀 정치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면, 새로운 정치 문화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게끔 만드는 역할을 정당이 해야 하고, 그 방법 중 하나가 기본소득이 될 수 있다.


Q. 코로나19 시대에 정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단어 혹은 문장이 있다면.


A. ‘돌아갈 수 없다’. 뉴 노멀이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데 실제로는 ‘새로운 표준’을 인정하지 않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코로나 극복이라는 말도 어쩌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이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끝없이 성장하는 그런 사회로의 회귀 말이다. 자연의 경고에 사회가 변화했다면 정치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고 부를 나누는 것을 말하는 뉴 노멀의 정치를 소망한다.


Q. 코로나19를 비롯해 인류는 앞으로 수많은 전염병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또한 뉴 노멀이라고 한다. 인류는 어떻게 전염병과 슬기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A. 인간의 권리만큼 자연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 코로나19 등 인수 공동 감염병은 결국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장식 축산, 무분별한 자연파괴가 전염병을 만들었다. 인간의 몫이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들을 많이 내려놔야 한다.

이전 11화인류는 답을 찾을 겁니다. 늘 그랬듯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