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봄 쑥떡

쑥떡쑥떡 설여사

by 설여사

봄이 되니 쑥이 쑥쑥 올라온다. 쑥을 보니 시어머님의 쑥인절미가 생각났다.


언제부턴가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가 냉동실에서 내어주시던 쑥인절미 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한 덩어리 꺼내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 꿀에 찍어 먹으면 찐한 쑥향이 입안을 가득 채워주며 쫀득쫀득 세상 행복해지는 맛이다.


올해는 내가 쑥을 뜯어 쑥떡을 해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쑥을 뜯어본 적 없는 설여사는 어디서 쑥을 뜯을까부터가 고민이다. 쑥스럼 많고 낯가림 심한 설여사는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 앉아 쑥 뜯기는 못하겠다. 그래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홍천 지인집 냇가에 가서 쑥을 뜯어야겠다는 생각에 쑥이 크기를 기다리다 4월 마지막주에 홍천으로 쑥을 뜯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시댁에서 4월 마지막주에 다녀가라는 연락이 왔다. 시댁 엄나무순이 지금 딱 먹기 좋다고 순을 따러 오라신다. 홍천 약속을 취소하고 시댁으로 향했다. 시댁에 가서 쑥 뜯을 생각에 설여사는 신이 났다. 시댁에 도착하니 오후다. 부랴부랴 남편과 엄나무에 달린 어린순부터 커다란 소쿠리 두 개가 넘칠 정도로 가득 땄다.


다음날 아침 아침식사를 마친 설여사는 커다란 봉지와 과도를 하나 챙겨 본격적으로 쑥사냥에 나섰다.

'어디 보자.... 어디 쑥이 좋은가~'

집 앞 텃밭 근처에도 한 무더기가 있고 뒷 뜰 대나무 숲 밑에도 쑥이 있다. 일단 집 앞에 알맞게 자란 이쁜 쑥을 쪼그려 앉아 뜯었다. 한참 뜯다 보니 허리가 아프다. 이번엔 뒤뜰로 향했다. 뒤뜰은 경사진 곳에 쑥들이 자라고 있어서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쑥을 뜯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봉지를 반이나 채웠다. 꽤 많은 양이라고 생각하고 그만 뜯기로 했다. 설여사는 쑥을 다듬어 집에 가서 쑥떡을 해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시댁 햇살 좋은 마당에 앉아 쑥을 다듬었다. 시어머니가 쑥을 다듬어 주시면서 뭐 하려고 쑥을 뜯었냐고 물어보신다.

"집에 가서 쑥떡 해 먹으려고요." 했더니

"무슨 떡?"

"쑥절편이요"

"그럼 집에 쌀도 많은데 여기서 해가지고 가져가라"하신다.

집에 있는 쌀을 씻어 불리고 쑥을 씻어 시내 방앗간에 가져가면 오늘 떡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신다.

얼른 쌀 반말을 씻어 불리고 우물에 가서 쑥을 씻어왔다.


그러고는 점심으로 어제 딴 엄나무순을 데쳐서 시부모님과 마당에서 숯불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시부모님도 고기를 엄나무순과 먹으니 맛있다고 하신다.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는 시아벗님도 고기를 연신 드신다. 이젠 연세가 드셔서 반찬도 하기 싫고 된장국 하나 끓여 밥 한술 겨우 뜨신다는 시어머님도 오랜만에 맛있게 잘 드셨다고 말씀하신다.

봄이 내어준 엄나무순 반찬의 소박한 식탁에 풍성한 행복이 깃든 점심이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떡을 하러 갔다. 깨끗이 씻은 쑥과 불린 쌀 반말을 들고 방앗간에 들어갔다. 방앗간엔 떡을 하러 온 손님과 기름을 짜러 온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방앗간 사장님은 내가 들고 간 쌀과 쑥을 보더니 쑥을 요만큼 가져와서 떡을 해달라고 하냐며 다시 가서 쑥을 더 캐오란다. 이것도 겨우 뜯어왔는데 어디 가서 또 쑥을 뜯어오란 말인가. 나는 쑥떡을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머리가 하얘졌다. 시어머님이 이렇게 가져가면 쑥떡을 해준다고 했는데 왜 사장님은 핀잔을 주실까 싶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랬더니 방앗간 사장님이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저기 00 마을에서 왔다고 하니 "아~형님네서 왔구먼"하고는 시어머님을 아는 척을 하신다. 그러더니 쑥이 작으니 흰떡반에 쑥떡반을 빼주겠다고 하신다. 떡을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줄 알고 난감해하던 설여사는 방앗간 사장님의 그 말이 너무 감사했다.


방앗간에 먼저 떡을 뽑으러 온 손님은 쑥절편과 동부시루떡 두 가지의 떡을 했다. 인심 좋은 시골 사람들은 떡을 뽑아서는 방앗간에 온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맛을 보라고 내어주었다. 설여사는 앞 손님이 건네는 떡을 소심하게 집어 먹었다. 먼저 온 손님의 쑥절편과 동부시루떡은 엄청 맛있었다.


그 사이 내가 가져간 쌀이 가루가 되고 쑥이 삶아져 빻아졌다. 사장님은 다짜고짜 나보고 쑥을 짜란다. 한쪽에 멀뚱이 서있다가 사장님의 말에 얼른 팔을 걷어붙이고 얼마 안 되는 쑥을 집어 있는 힘껏 물기를 짰다. 시골 방앗간은 손님도 일을 거든다. 재미있다.


두 가지의 떡을 한 손님이 돌아가고 그다음 차례인 손님의 들기름이 짜지는 동안 나의 쌀가루는 20분 동안 뜨거운 스팀으로 쩌졌고 들기름 손님이 돌아간 뒤 사장님은 본격적으로 커다란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나의 떡을 뽑기 시작했다. 뜨겁게 김이 나는 쌀덩어리는 절편떡을 뽑아내는 떡 기계 위에 놓였고 사장님의 능숙한 손놀림에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가 넓적한 모양으로 나와 물이 채워진 다라이 속으로 퐁당 빠졌다가 다시 한번 기계 속으로 들어갔다 나와서야 절편이 완성이 되었다. 반은 흰 절편으로 반만 쑥절편으로 만들어진 나의 첫 방앗간 떡이 완성되었다.


앞 손님의 찐한 초록색의 쑥절편보다는 색이 현저히 연했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첫 번째 쑥떡도

맛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쑥절편은 시부모님 드시라고 조금 남겨두고, 올라오는 길에 시누네도 나눠주고 동네 지인들에게도 나눠주고 나니 몇 줄 안 남았다.

그래도 얼마 안 남은 쑥떡을 냉동실에 얼려두니 한 해 농사를 수확한 것 마냥 든든하다.


며칠 뒤 연휴에 홍천 지인 집에 가서 다시 쑥을 뜯을 생각이다. 이번에 쑥을 뜯어오면 집에서 쑥개떡도 만들어보고 쑥인절미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시어머님이 만들어주셨던 쑥인절미랑은 비교도 안 되겠지만 나만의 떡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올봄엔 봄의 전령사 쑥이 설여사에게 이렇게 또 소소한 행복을 쑥떡쑥떡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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