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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일 Jan 14. 2023

대관령

대관령 고갯길

대관령 고갯길을 오른다.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니라, 시험차를 몰고 대관령 구(舊) 길을 는 것이다.

백미러를 통해 뒤로 멀어지는 차량을 보, 덕길 추월 능력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전기차는 아무리 가파른 고갯길이라도 거친 숨소리 한 번 내지 않, 치고 나가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오래전 자동차광고 표현을 빌리자면 '소리 없이 강하다'는 말이 딱 어울릴 것 같다.

오히려 타이어 노면소음이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이곳 대관령은 10Km 넘는 가파른 덕길이라 자동차 성능시험을 하기 최적의 코스다. 더군다나 날씨가 추운 곳이라 동절기 시험장소로 딱 좋다.


지금은 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뚫려 높은 고개라는 생각을 못하고 지나치지만, 그 옛날 보부상들이 봇짐을 지고 넘나들었고, 청운의 꿈을 은 선비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큰 고개였다.

정철 같은 풍류객들은 관동팔경을 구경하기 위해 이 고개를 넘어왔고, 강릉 출신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은 이 고개를 넘어 한양으로 시집갔다.

신사임당 사친시비

1537년 어느 날 어린 아들과 함께 이 고개를 넘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친정에 홀로 둔 어머니 생각에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대관령 고갯마루에서 고향마을을 바라보며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담아 시를 한 수 남다.


慈親鶴髮在臨瀛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身向長安獨去情

(외로이 서울길로 가는 이 마음)

首北村時一望

(머리 돌려 북평 땅을 한번 바라보니)
白雲飛下暮山靑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이 여인이 오늘날 현모양처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오만 원권 지폐에 등장하는 사임당 신 씨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고개를 넘던 그 갓난아이 오천 원권 지폐 모델 율곡 이이였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동해 바다와 한양 쪽을 바라보는 신사임당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첩을 얻어 딴살림 차린 서방과 여덟 명의 자식들 그리고 연로하신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를 생각하는 신사임당의 머릿속은  고민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녀가 조선이 아닌 요즘 세상에 태어났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혹시 자동차연구원이 되어 전기차 몰고 친정집 가는 고갯길을 오르내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본인 재능도 충분히 펼 하고 싶은 일 다 하며 살았을까.

아니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고 아들 이(珥)와 함께 대관령 고개를 넘었기 때문에 오만 원권 지폐 모델이 었고, 칭송받는 위인이  수 있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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