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그리고 장사 6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6


그래서 나는 포항시 포목전에서 이름이 났다. 똑같은 물건이면서 돈을 더 받고 파는데도 노환의 물건을 사간다고 말들이 분분했다. 그것은 내가 잘나서도 물건이 좋아서도 아니다. 내가 남에게 지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수십 년 간 장사를 한 사람 보다가도 노환이라는 내 이름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아무런 실속도 없는 나이지만 나는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박리다매요, 중상인들과 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였다.

그런데, 장사를 하다 보니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많은 여인들이 나를 유혹해 왔다. 장사를 잘한다고 하니까 돈 때문으로서도 내게 침범을 하고 내가 하숙집에서 독신으로 살고 있으니까 그를 기회로 하여 내게 침범을 하는 여인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 일본땅에 살고 있는 미에고 외에는 누구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고향에 부모형제가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소홀히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하는 것을 망각할 수가 없었다.


어쨌건 집에는 처와 아들이 있는 나인지라 남이 알더라도 행동은 바로 해야지 하는 것을 언제나 뇌리 속에 새기고 있었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지내던 어느 날 안강장에 갔다가 하숙집으로 돌아오니 우리 하숙집에 별명이 이쁜이라는 여인이 내가 있는 하숙집으로 찾아와서 주인아주머니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이쁜이라는 여인은 과부이다. 그리고 그녀는 포항시장에서는 제일 큰 포목상을 하고 있는 여인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여인이 주인아줌마를 만나러 왔지 하는 생각에서 예사로 보고 저녁상을 들고 앉았다. 바로 그때였다. 이쁜이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박 선생님, 오늘 안강장에서 돈을 많이 벌었지요? 내가 장에서 소문을 다 듣고 왔지요. 오늘 박 선생님에게 내가 꼭 한턱을 얻어먹어야 하겠소. 그러지 않으면 내가 이 옷감을 가지고 가겠소." 하고 내 목에 걸린 혼방치마감을 얼른 거두어 안는다.


그날은 여간 추운 날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나는 목티 대신 여인의 치마감 한 번을 내 목에 휘감고 온 것이다. 그것을 이쁜이가 벗겨서 빼앗아 가는 것이다. 그녀가 포항 시장에 있는 것만을 보았지 그때까지도 그녀와 나는 한마디 말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한 이쁜이가 내게 말을 먼저 걸어온다. 그리고 장난까지 치면서 소위 여인네가 술 한 잔 얻어먹자고 하였다. 이것은 분명 다른 속셈으로 내게 접근을 하는 것이다. 주인아주머니와 두 사람이 짜고 하는 행동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낯선 남자에게 그렇게 대담하게 덤벼들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과 상대를 하면 살아가는 나인지라 내가 그러한 눈치를 모를 턱이 없다. 해서 나는 그 여인에게 "그렇게 하소. 돈을 못 벌었어도, 설마 술 한잔 값이야 없을라고..." 그렇게 농으로 받아넘겼다.


그러자 이쁜이는 주인아줌마를 돌아다보며 "형님 숱한 병 가지고 오소. 오늘 저녁에 실컷 한 번 얻어먹고 갈라요."하고 청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아줌마는 싱글벙글 웃으시면서 한 되짜리 정종 한 병을 가지고 왔다. 먼저 한 잔을 따러 내게 술잔을 올린다.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하지만 한 잔의 술을 받았다. 그리고 밥상 위에 얹어 놓고는 밥을 먹는다.


그러나 이쁜이는 내 손을 꼭 거머쥐고 강제로 내게 술을 마시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기도 한 잔 따러 달라고 하였다. 그렇게 얌전하던 이쁜이가 그와 같은 대담성이 있을 줄이야. 하도 권하는 김에 그녀의 말대로 한 잔 술을 마시고 나서 나도 그녀에게 한 잔을 가득 따러주었다.


그러자 이쁜이는 얼른 술잔을 받아 들고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그런 뒤 주인아줌마에게도 한 잔 술을 따러주었다. 그러자 아줌마는 나를 바라다보며 눈을 껌벅껌벅하면서 신호를 보내었다. 그 신호는 능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저녁밥을 다 먹고 나서 나는 그녀들과 같이 술상 앞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소주가 아닌 정종술인지라 못 먹는 나도 몇 잔쯤은 먹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나는 정신이 빙 돌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 그냥 드러누웠다.


그 방은 내가 자는 방이 아니다. 손님들이 와서 술을 먹는 술방이다. 그러므로 주인아줌마는 나를 일으켜 앉히면서 내 방으로 건너가서 자라고 하였다. 나는 술이 많이 취했던 모양이다. 자리에 일어나서 보니 내 옆에는 술상도 이쁜이도 없다.


정신을 가다듬어 내방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내 방안에는 이쁜이가 먼저 가서 누워있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포항시내에는 많은 남자들이 살고 있고, 나보다가 훨씬 더 훌륭한 사람, 잘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를 택하였다.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러한 미모의 여인이요, 또 부자인 그녀가 말이다.


나는 하룻밤을 그 여인과 같이 지내면서 여러모로 물어보았으나,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이 내가 좋아서 만난 거라고 말을 한다. 하기야 미에고 같은 처녀도 내가 좋아서 나를 택한 거라고 했으니, 거기에 비유하면 이는 나보다가 두 살이나 많은 과부이다. 그리고 내가 독신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이 부인도 돈 많은 잘 난 남자를 택하지 않고 나 같은 사람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얘기가 주인아줌마의 입을 통하여 포항시장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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