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4
얼마가지 않아 날은 깜깜하게 저물었다. 낮에 가져다준 물자를 돼가지고 가자고 하는 것을 보면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어두운 밤인지라 무거운 포탄을 운반하기에는 너무나도 힘이 든다. 그것도 낮에처럼 가까이 운반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 거리가 무려 십리나 되었다.
그러나 그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한 번만 운반한다면 그다지 두려울 것이 없다. 하루 종일 운반한 포탄, 총탄을 모두 다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자면 적어도 사오 차례를 운반을 해야만 한다.
더군다나 인민군들은 밤에만 적극적으로 달라붙는다. 그러니만큼 밤길에 사람들이 보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난관이다. 그러나 군인들이 그렇게 해야만 된다니까 그들의 명령을 감히 거절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 노무자들은 시키는 대로 포탄을 운반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이다. 포탄을 짊어지고 화정마을을 지나 갑령재 부근에 오를 무렵에 인민군들의 따발총알이 우리들 머리 위로 수도 없이 날아갔다. 포탄을 짊어진 나는 그 포탄알, 타발총알을 피하려고 저절로 허리가 구부러지곤 하였다. 그때 벌써 인민군들은 우리 보다가 한발 앞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갑령재 서편 마루턱에 올라서니 밤은 한없이 깊어갔다. 그리고 그 마루턱에는 우리들을 기다리는 자동차 즉, 군 트럭들이 십여 대 이상이나 서 있었다. 포탄을 지고 간 우리 노무자들은 트럭에 짐을 실었다.
그런 뒤 우리들은 다시 조림산까지 포탄을 지러 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모두들 땅바닥에 앉았다. 그러자 군인 하나가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시 짐을 지러 가자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래서 다시 사람들은 그가 시키는 대로 새남산까지 포탄을 지러 간다.
나는 가지 않았다. 이미 인민군들이 우리 앞까지 들어와 있는데 그 적군 깊이 들어간다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함으로 나는 군 트럭 자동차 밑에 들어가서 피신을 한 것이다.
같은 마을 사람들이 다들 포탄을 운반하러 떠나는데 나만 피신을 한다는 것은 조금 비겁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꼭 인민군들 손에 죽을 것만 같았다. 그 당시 나는 이렇게 생각을 했다.
벌써 인민군이 우리 앞에 까지 들어와 있는데 그 전방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것은 내가 들어갈 무덤을 내가 파는 격밖에는 안된다. 그러한 생각에서 나는 트럭 밑에 들어가서 피신을 한 것이다.
그런데, 한 시간 조금 지나자 모든 노무자들은 한 사람도 낙오된 일이 없이 다들 실탄을 한 짐씩 지고 왔다. 그때 나도 얼른 그들과 같이 섞여서 섰다. 그러자 군인 한 사람이 내가 지고 온 실탄을 가지고 오라고 하였다. 그의 말을 들은 나는 너무나도 다급했다. 그래서 나는 엉겁결에 저쪽 저 차 위에 실어놨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 군인은 그 실탄을 가지고 오라고 하였다. 해서 나는 무턱 대 놓고 옆에 있는 트럭에 실려 있는 실탄을 끄집어 내렸다.
그러자 그 차를 지키는 졸병 한 사람이 내게 달려들어 그 실탄을 뺐는다. 나는 그 군인에게 그것을 잘못 알고 그 차에 실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우리들을 인솔하는 담당 군인에게 아무런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엉터리없는 떼를 쓴 것이다.
내가 워낙 강하게 그 군인에게 달려들자 그 군인은 처음에는 안된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내 말이 참인 줄 알고 그 실탄을 내려주었다. 이리하여 나는 그날 밤에 혼이 날 것을 겨우 모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군인들은 실탄을 다 실은 다음 우리들은 그 전방에 그냥 남겨두고 그들만이 차를 타고 어디로 인가 가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노무자로 잡혀갔다가 삼일 만에 부대를 잃어버리고 다시 신령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삼일 동안 잠 한숨 자지 못하고 일에만 전력을 한 우리들인지라 머리 위로 포성이 진동하는데도 졸음이 와서 걸음을 걸을 수가 없었다.
그 넓은 행길을 가는데도 나는 가끔 길 옆 또랑으로 뛰어들곤 하였다. 나뿐만이 아니다. 다들 그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 신령 화성 여관집에서 하룻밤을 넘겼다. 수백 호가 텅텅 비어 있는 신령땅에는 모기떼들마저 굶주렸는지 텅 빈 방에 몇 사람이 눕자 수없이 많은 모기떼들이 우리 노무자들을 금방이라도 다 뜯어먹을 듯이 와하고 덤벼든다. 하지만 사람들은 눕기 바쁘게 금방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