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에서 징용으로 4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4


경달은 빨리 담배를 피우고 약을 팔라고 하였다. 나는 경달의 말을 받아 "야 이 천치 같은 놈아. 내가 약장수냐? 약만 팔라고 하게? 그 보다 나은 색시 이야기를 해주마."하고 나는 옥루몽 이야기를 시작했다.


옥루몽이라는 소설은 중국 소설이다(실제는 조선 후기 남영로가 지은 장편 소설인데 잘못 알고 계신 듯함. 당시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고, 남영로의 작품임이 명백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됨). 장편소설이면서도 꽤 재미가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 옥루몽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충 말하면 이러하다. 첫째로 양창곡과 홍난으로 꼽을 수가 이고, 두 번째는 윤소저와 황소저, 일지연과 벽성선을 말할 수가 있으며, 세 번째는 황자사, 윤자사, 양처사를 꼽을 수가 있고, 네 번째는 동초, 마달, 장성, 기성, 경성을 말할 수가 있다. 이 밖에도 이세, 삼세, 수백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므로 세세한 이야기를 다 말하자면 며칠이 걸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대충대충 재미난 대목만 이야기하기로 작정을 하고 양창곡이가 집을 떠나 과거길에 오르는 대목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소설 이야기가 시작되자 조금 전 희담을 할 때와는 달리 그저 그냥 듣기만 하고 앉아 있을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창곡이가 부모를 떠나 온 대목은 아주 쏙 빼고 령을 넘다가 도적떼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거기까지 건너뛰어 양창곡과 홍난이가 앞강정에서 만나는 거기부터 시작한 것이다. 남녀관계가 복잡하게 이루어지자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만 얼마가지 않아 그 뜻을 알고 다들 기쁜 표정을 지었다.


좌중은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였으며, 입가에 미소가 흘러나옴을 볼 수가 있었다. 나는 기회라 생각을 하고 그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성의를 다하여 엮어 나갔다.


소설을 이야기로 엮어가자면 그 자체도 좋아야 하겠지만 그 하는 이에 따라 재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고대 소설은 더욱더 그러하다. 요리사가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이야기 역시도 온갖 조미료를 다 넣어야 진미가 난다.


앞강정에서 창곡이가 홍난을 만나서 서로 대화를 하는 대목과, 황소저, 윤소저를 만나 졸지에 이처 일첩을 거느리게 된 양창곡의 묘한 사연, 홍난이가 백운도사를 만나 산상에서 무술을 배우던 일, 양창곡이가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를 하던 일, 나중에 벽성선과 일지연 등을 만나던 일, 여기까지 이야기가 이어질 무렵에는 온통 환호가 일어날 듯이 "야 그것 참...."하고 말끝마다 좌중은 장단을 쳤다.


그렇게 되니 나 역시도 신이 났다. 이야기라는 것은 듣는 사람의 반응이 없으면 그것은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다. 게 중에서도 경달은 여인의 말이 나올 때마다 온몸을 비비 꼬면서 히죽히죽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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