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창기 생활 (탄광) 3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3


야하다 철공소를 지나 사가깽 평야에 이르렀다. 그 평야 입구에는 촌락이 여기저기 드문드문 있고, 그 주위에는 우리나라처럼 감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었다. 그리고 들녘에 벼들도 우리 조선과 똑같이 누렇게 익어 있음을 볼 수가 있었다. 집들도 다들 초가집들이다.


그러나 그 들판은 우리 조선과 아주 다르다. 모든 논배미가 두부모 같이 네모 반듯하다. 그 넓은 들판에 모두가 하나같이 반듯하다. 그리고 그 들판 넓이는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우리 조선땅에서 내가 본 와촌 부근에 있는 금호평야나 영천 주남평야 같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해서 나는 옆에 앉은 왜놈에게 또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그 사가깽 들판의 길이가 팔십 리라고 하였다. 촌뜨기 나로서는 그렇게 큰 들판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빠른 기차가 가도 가도 끝이 없었으니까.


얼마 후 우리는 "기다가다" 역에 이르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우리들이 가서 살아야 할 기다가다 탄광촌이다. 사가깽 들판 끝에 붙어 있는 작은 역이었다.


기차에서 내려 모든 사람들은 역전 광장에 다들 모였다. 일본놈은 또 한 번 이름을 부른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들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인솔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다들 수고 많이 했다고 하였다.


그 인솔자는 그때 벌써 칠십이 훨씬 넘어 보이는 늙은 노인이다. 그리고 영감님은 젊은 시절에 조선 사람들과 많이 접촉을 하여 우리 조선말도 곧잘 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탄광 모집이 있을 때마다 인솔하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간혹 조선말로 희담까지 할 줄을 알았다. 일본놈 치고는 그다지 악질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얼마 후 우리 일행은 인솔자 뒤를 따라 기다가다역을 떠났다. 거기서 멀리 가지 않아 기다가다 탄광이 보였다. 기다가다 탄광은 아주 산골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탄광 주위에는 철조망을 꽉 둘러 싸여 있었다. 광부들이 도주를 할까 봐서 철조망을 친 것이 분명하다.


탄광이 어떻게 생겼다는 것조차도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 주위환경을 살펴보면 탄광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것인지 즉각 알 수가 있다. 그렇지 않고는 그 철조망이 있을 턱이 없다. 위험한 곳이 아니고 돈벌이가 잘 된다면 강제 모집이 있을 턱이 없고, 그 철조망이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일본놈들의 말에 의하면 탄광에서 몇 년만 있으면 부자가 된다고 하였다. 허나 그것은 모두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그 철조망과 그 주위에 있는 망대들이 다 말해 주었다. 형무소와 똑같았다. 금광도 아닌데 사람을 지키는 망대가 무슨 필요 있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인솔자를 따라 산골길로 들어갔다. 그 골짜기에는 어디 할 것 없이 모두가 석탄 가루로 꽉 덮혀져 있었다.


길바닥을 걸어가면 눈 위에 사람이 지나간 것처럼 발자국이 판에 박은 듯 뚜렷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석탄투성이다.


얼마 동안 산길로 들어가니 어디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진동을 한다. 지축을 울릴 정도였다. 들어가는 길까지도 흔들흔들하는 듯하였다. 우리 일행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곳을 바라다보았다. 산비탈에는 유연탄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 우렁찬 소리는 탄 더미 너머에서 나는 모양이다. 그러므로 그 소리 내는 기계를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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