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의 일본 여인 미에고 11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11


내 뇌리 속에는 얼른 떠오르는 것이 나는 이제 죽었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얼마동안 가만히 있었다. 두 귀도 폭음소리에 먹먹하다. 얼마 후 나는 살아있음을 알았으며 폭탄을 던진 노영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노영진은 폭탄을 던졌던 그 자리에 있지 않고 두어 걸음 앞에 나가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온통 피투성이로 되어 있었다. 그는 파편에 맞아 그곳까지 밀려가 모양이다.


꿈틀거리지도 않는 것을 보면 분명히 죽은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꿈틀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그의 곁으로 달려가려고 나는 어떤가 하고 내 온몸을 더듬어 보았다. 나는 아무 데도 다친 데가 없다. 팔에 작은 파편 하나 맞은 표시가 있고, 이마에 약간의 피가 났을 뿐 다른 곳은 아무 데도 피가 나는 데가 없었다.


천만다행한 일이다. 누워있는 1미터 앞에서 폭탄이 터졌는데도 별 다른 일 없이 무사한 것은 한마디로 기적이다. 그래서 나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노영진에게로 달려가려 얼른 일어서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왼쪽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다리가 끌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왼쪽 다리가 아주 관통이 나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때까지 내 다리가 폭탄에 맞았는지 아픈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리의 관통도 보통이 아니다. 뼈를 뚫고 나간 것이다. 그런데도 아픈 줄을 몰랐다는 것은 내가 폭탄 터지는 소리에 그만큼 정신을 잃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츰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근에 있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모여들어 백여 명이 되었다.


헌병 놈들도 몇 명 나와 노영진의 신분 조사를 하였다. 그들 일본놈들은 영진의 사상을 의심하였다. 많은 사람 앞에서 폭탄을 던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다행히 그 폭탄은 나 혼자 있는 곳에서 터졌으니 그렇지 일본인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그 폭탄이 터졌더라면 노영진씨는 간첩으로 몰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영진은 그 때 이미 죽은 사람이다. 약간의 맥이 뛰고 있다고는 하나 그의 온몸에는 폭탄의 파편이 차고 나간 자리가 수도 없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몸속에 박혀 있는 파편도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한마디로 그의 몸통은 백구천창이다. 그러자 아직까지는 맥이 뛰고 있으니까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노영진을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나도 야커에 실려서 병원으로 갔다. 병원은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 병원은 평민이 가서 진찰하는 곳은 아니다. 나환자들만 진찰을 받고 살고 있는 그러한 병원이었다.


그러나 워낙 다급하니까 영진의 죽어있는 몸을 헌병들이 그곳으로 옮겨간 것이다. 칠팔 명의 의사가 노영진을 에워싸고 몸속에 들어있는 파편을 빼낸다. 나도 그때부터 서야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의사나 간호원들은 단 한 명도 내 곁에 와 보지를 않는다.


그 많은 의사들이 다들 노영진에게만 매달려 있다. 미에고가 아기를 업고 와서 내 옆에 와서 무슨 사람이 그렇노 하고 노영진을 원망하였다. 내 다리가 빨리 낫지 않으면 생계의 위협도 받을 수가 있다. 더군다나 그때부터는 일거리가 있어도 폭격 때문에 마음 놓고 일을 할 수가 없다.


그와 같은 세태이니 미에고가 노영진에게 욕을 하고 삶의 걱정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겠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다리에 고통이 왔다. 관통한 다리만 아픈 것이 아니라 전신이 다 조여드는 듯 아프다. 아무리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하여도 저절로 입에서 아야 소리가 나온다.


미에고는 시름없이 나만을 바라다보고 있다. 내가 아픈 것 보다가도 그의 맥 눌린 얼굴이 더욱 애처로웠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미에고의 처절한 모습은 차마 바라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병원에 들어가서 한 시간이 조금 지날 무렵에야 노영진의 파편 수술이 끝이 났다. 그런 뒤 의사 한 사람이 내게로 와서 치료를 한다. 구멍이 나 있는 내 다리를 보더니만 아 이것은 별것 아니구먼 금방 나을 수가 있다고 그는 태연스럽게 혼잣말로 지껄였다.


그러면서 그는 젓가락 같은 집게에 솜을 조금 집어 넣더니만 그 솜에 아까진끼라는 약을 묻혀 뚫어진 구멍에 한통 가득 쑤셔 넣는다. 그런 뒤 그는 붕대를 칭칭 감아 메더니만 그것으로 나의 치료는 끝이 났다고 하였다.


물론 전쟁 시대이기 대문에 큰 부상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다리가 관통되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말을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내 치료가 끝이 날 무렵에야 옆에 누워있는 영진의 입에서 아야 하는 소리가 모기소리처럼 가늘게 들려왔다.


그는 참으로 천명이다. 복중 세 군데가 파편이 뚫고 지나갔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그는 죽지 않고 살아있다. 그의 신음소리를 들은 나는 한편으로는 미운 생각이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같이 몇 달 동안 살던 동료가 죽지 않고 살았다고 하니까 그런 다행히 없다.


어쨌건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호시야마다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그곳은 방공호 속에 병원을 만들어 환자들을 치료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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