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의 일본 여인 미에고 12

by Branmaker 박중규

추억 12


노영진과 내가 들어갔을 때는 그 병원이 만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방공호 입구에서 치료를 받아야만 하였다. 내가 제일 문 앞에 눕고 영진이가 두 번째로 누워있었다. 그런데 그 굴속에는 사람의 육체 썩는 냄새가 여간 나지 않았다. 문 앞에 누워있어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냄새가 지독하다.


그 냄새만으로도 그 굴 속에는 중환자가 많이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 굴 안에는 노영진씨보다가 중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러한 중환자가 많은데도 의사는 하루 한 차례만 다녀갔고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니 그 중환자들의 병이 얼른 나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의사들이 출근하기가 어려워서다.


워낙 많은 비행기가 날라들어와서 폭격을 하니까 하루 한 번 진찰을 하는 것도 의사들은 목숨을 걸어놓고 내왕을 해야만 하였던 것이다.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사를 배달하는 사람들도 죽을 지경이다.


하루는 미에고가 우리 둘의 밥을 가지고 오고, 하루는 영진의 고향사람인 황종기라는 사람이 밥을 가지고 온다. 새벽에 밥을 가지고 오면 그 밥으로 하루 종일 먹어야만 한다.


한 그릇 밥이면 두 사람이 하루를 먹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우리 두 사람이 다 변소에 다닐 처지가 못되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는 없다.


나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작대기를 짚으면 화장실까지는 겨우 걸어갈 수가 있으니까. 허나 노영진은 나무토막과 같이 굴신을 하지 못한다. 간혹 뒤를 보게 되면 환자인 내가 그의 시중을 다 들어야만 한다.


그럴 때이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내가 지금 고생을 하고 있는 것도 저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다가 그의 똥까지 내손으로 치워야 하니까 어찌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어떤 날은 신경질이 나서 영진씨에게 듣기 싫은 말도 가끔 한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 성을 낸다고 해서 설움이 풀릴 수는 없다. 무어라 하다가도 생각하면 대꾸 없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측은하여 나는 영진을 돌아다보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다.


그가 잘못을 했기는 하나 그 역시도 자기가 죽을라고 일부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낯선 타국땅에서 의지할 곳 없는 그 서늘한 굴속에서 나마저 계속 심청을 부린다면 그는 마음이 괴로워서도 죽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글 우글 끓는 심정을 억지로 누르고 참았다.


나는 그 굴속에서 한 달 열흘 만에 나오게 되었다. 완전히 완치는 되지 않았지만 나 혼자 그런대로 억지로 걸을 수는 있었다. 내가 퇴원을 하자 영진씨는 내 두 손을 꼭 거머쥐고 악수를 하였다.


그는 그때까지도 제 몸을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를 못하였다. 그는 그때까지 생사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만큼 그가 우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집으로 돌아가니 미에고는 내 목을 얼싸안고 흐느낀다. 그리고 딸 요시꼬를 내 무릅 위에 앉혀 주었다. 친우들도 모두들 내게 찾아왔다. 오노 사장은 쌀 한가마를 보내주었다.


남편의 병이 나으니 기쁘고 사장이 쌀을 보내주니 기쁘고, 미에고는 이래저래 기쁜 표정을 지우곤 하였다. 집으로 돌아간 나는 얼마 가지 않아 자유로히 걸어 다녔다. 아주 힘든 일이 아니면 어지간한 일은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비행기가 매일같이 들어와서 폭격을 하는 통에 일거리 있어도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비행기 장소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유하면 폭격이 여간 심하지를 않았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비행기가 들어와서 야단을 친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그곳에서 견딜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고시마깽 가노야시를 떠날 수밖에는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구마모도깽 야마가마찌라는 곳으로 이사를 하였다. 그곳은 농촌지대이다. 그러나 그곳에 가서도 우리들이 할 일은 방공호 파는 일이었다. 미에고는 일본인인지라 그곳에 가서도 그다지 외롭지가 않았다.


가서 얼마 되지 않아 이웃집 사람들을 사귀어 그녀는 심심찮게 이웃을 다녔다. 그러나 그곳에 가서는 가고시마와 같지 않아 일거리가 거칠고 돈벌이도 잘 되지 않았다.


나는 더욱이 오노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모든 조건이 뜻과 같이 되지를 않았다. 거기다가 "긴노호시"라는 일일보국대가 하루 건너 한 번씩 나오는 바람에 돈을 벌 시간조차도 없게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단장의 일본 여인 미에고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