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아과아빠 Feb 10. 2024

아빠, 첫 수유

2분 만에 원샷을 한다고?

코코 생후 20일, 조리원 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왔어. 신생아실에서 제일 잘 먹고 제일 잘 자던 코코라 걱정은 1도 없었어. 그냥 주면 먹고 눕히면 잘 거라는 근자감이 날 가득 채우고 있었지. 바구니 카시트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상품 설명에 신생아까지 사용 가능하다는 내용만 보고 구매한 카시트에 코코를 구겨 넣듯 태우고는 10분 거리 집으로 후다닥 도망치듯 달려왔지.


준비는 완벽했어. 침대도, 역방쿠도, 수유쿠션도 준비되어 있었고, 브xx 이모님도 언제든 분유를 타줄 준비가 되어 있었어. 두려울 것은 하나도 없었지. 자, 이제 배 고프다고 하기만 해. 아빠는 준비됐어!


그렇게 두 시간 수유텀을 칼 같이 지킨 코코는 배고픈 숨소리를 냈지. 울진 않았어. 브xx 이모님이 타준 분유 80ml를 들고 수유쿠션을 가슴과 배 사이 어디쯤에 끼우고 아내가 넘겨준 코코를 조심스레 쿠션에 올렸어. 자 이제 먹자. 코코는 신생아실에서 들은 대로 엄청났어. 쭈왑 쭈왑 소리를 내며 젖병을 빨아댔고 분유는 눈에 띄게 줄어갔어. 이거 이렇게 빨라도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2분도 되지 않아 젖병은 비워졌고, 코코는 ' 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 며 입을 쉬지 않았지. 아내에게 이거 빨라도 너무 빠르지 않냐고 말하려는 순간, 뭔가 쎄한 느낌과 함께 가슴과 배에 따뜻하고 축축한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어.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는 분유가 코코와 내 사이를 흐르고 있었어. 나의 아들과 첫 수유 데이트는.. 그렇게 망했어..


그래. 난 젖병도 제대로 닫지 못하는 아빠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