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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과아빠 Feb 12. 2024

소아과아빠도 잔소리 듣습니다.

나 소아과전문의인데?

코코가 태어났더니 결혼 7년간 손에 꼽을 만큼만 우리 집에 오셨던 장인어른의 방문이 부쩍 잦아졌어. 많이 불편하거나 그렇지는 않은데 우리의 육아 방식에 의문이 많으시더라.


'집안온도는 몇 도니?'

'22도 정도로 춰서 살아요.'

'22도? 아기에게 너무 춥지 않니?"

'온도가 23도만 돼도 코코가 너무 심하게 울어서 실내 온도를 올릴 수가 없요."

'아. 그러냐. 애 키우기엔 집이 추운 거 네."

'괜찮습니다.'"


음. 코코는 잠을 자다가도 방 도가 23도가 넘어가면 엄청난 강성울음을 울어. 창문을 고 환기를 해주고 온도를 낮줄 때까지 멈추지 않아. 그리고 원래 22도면 아기 키우기 좋은 적정온도야. 그래도 어르신들은 춥다고 뭐라 하시더라 꼭.


그러고 나서 코코의 잠시간이 왔어. 코코는 신생아 시절부터 독립수면을 했기 때문에 아기가 하품을 하면 침대에 눕히고 잠들기 전에 방에서 나오거든. 그런데 또 시작하셨어.


'아가를 혼자 두고 나오니?'

'네. 저게 두면 혼자 놀다 잠들어요.'

'아니, 애는 엄마가 데리고 자야지."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같이 자면 둘 다 못 자요

아시잖아요. 이 사람 예민한 거.'

'아무리 그래도 아기를 어떻게 혼자 재우나.'

'잠은 자 자야죠. 혼자 잘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아기 성향에도 맞고 발달에도 도움을 쥐요. 대신 깨어 있을 때 이 사람이 정말 많이 안아주고 놀아줘요. 그런 접이 훨씬 중요한 거 같습니다. 아버님.'

'아니야. 옛 어른들이 말하는 게 틀린 것이 없어. 기는 옆에서 자는 엄마의 숨결을 먹고 큰다고 했다. 저렇게 재우는 건 없어.'


 이 주제로는 대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어. 그리고 나는 두 번째 잠도 아기를 혼자 두고 나왔어. 더 이상 참은 없으셨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의 아버을 보는 것은 조금 마음이 무거웠지. 그래도 우리의 루틴을 깨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대신 '별나게 아기를 키우는 사위'가 돼버린 나는 아버님이 가실 때까지 불편한 마음을 다잡고 있어야 했어.


나. 소아과전문의인데. 나 알아서 잘하고 있는. 그냥 코코나 이뻐하다가 가시면 좋겠는데. 왜 맘불편해질 한 마디를 꼭 하시는 까.


그렇 시간이 지나고 명절이 되어 이번엔 우리 엄마가 집을 찾아어. 괄괄한 성격의 엄마는 약간 필터링 거치지 않은 말을 할 때가 있어서 나는 항상 긴장해. 불안 불안하거든.


근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 얌전하고 조용한 코코를 보고 한마디를 하셨지.


'아이고. 코코 같은 아기면 열명도 키우지. 너넨 복 받은 줄 알아야지."

'엄마, 열명? 우리가 애하나 키우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열명을 키운다 그래?'

'아니 코코가 너무 착하니까.'

'착한 건 맞는데. 그래도 이렇게까지 키우는 데는 우리 노력이 들어간 거야. 엄청 많이.'


그냥 '니들이 애 정말 잘 키우는구나'라고 해주면 서로 기분 좋을 일을 꼭 어렵게 만들어. 둘도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비유적인 표현인 거 알지만. 안 해주 좋겠어.


잠시 후, 아기를 안고 있던 엄마는 또 귀에 거슬리는 말을 혼잣말처럼 아기에게 하고 있었어.


'아이고 양말이 이 뭐야. 코코~ 아빠가 대충 신겨 줬구나?"


하아.. 아기한테 부모 험담하는 거 진짜 최약이야. 듣고 있다가 버럭 해렸네.


'엄마! 아기한테 아빠 흉보는 게 어디 있어! 그다시 신겨주면 되지. 아기들은 다 알아듣는다며. 그거 엄마가 말해줬잖아. 아무리 어려도 애들 다 알아듣고 기억한다고.'

'아이고야, 맞다.'


휴. 이렇게 말이 통하면 그나마 맘이 좀 편한데. 엄마는 또 그런다. 우리는 자는 코코를 절대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아기가 깨어 있을 때 손톱 발톱을 잘라주고 있어. 아기도 이젠 제법 적응을 해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자기 손톱이 잘러가는 것을 구경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어. 우린 별생각 없이 손톱을 자르는데, 그 순간 깜짝 놀란 엄마가 또..


'손톱은 잘 때! 밤에!'

'엄마! 엄마 목소리에 아기가 더 놀라! 우린 에 깎아. 지금까지 그랬고. 이 사람이 우는 소리 한번 안 나게 매번 잘하고 있었어. 큰일 난 거처럼 그러지 좀 마.'


일 아닌 일 크게 만들지 말라고 엄마. 엄마 아들 소아과 전문의고, 엄마 며느리는 간호사야.


엄마 눈에, 인어른 눈에 나와 아내는 그 코코치럼 보이고 있는 걸까? 진문의가 되어도 그냥 초보 아빠라 '애도 처음 키워보면서 뭘 알아? '라는 생각인 걸까.


아기는 마랑 아빠가 제일 잘 알고 제일 편하게 해주고 있으니까. 제발 그냥 이뻐만 해 줘. 그거면 되는 거고. 아기 키우는 건 엄마랑 아빠가 알서 할게 좀. 제발.


 소아과아빠야. 전문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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