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수면 프로젝트 2
코코, 엄마가 안아주는 게 그렇게 좋아?
'왜? 코코가 왜?'
'아니 오빠 들어봐. 재우려고 눕히면 계속 울고 내가 가면 그치고 하도 그래서 요즘 그냥 안아서 재우고 잠들어도 다시 눕히지 않고 그냥 팔 위에 얹혀 놓고 애를 재우고 있었단 말야?'
'응, 그래서 낮에 너무 힘들어했잖아.'
'근데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무슨 일?'
'수유하는 동안 예전처럼 잠들길래, 간만에 침대에 눕혀서 재우려고 했거든. 근데 눕히고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또 우는 거야. 오빠가 5분은 좀 지켜보라 해서 그 정도 지켜보고 다시 들어가서 코코를 안고 나왔어.'
'응, 그래서 잠을 재웠어?'
'하.. 근데 얘 내가 데리고 나오니까 나보고 웃어.'
'응?'
'웃는다고. 나보고 씨익 웃더니 다시 자려고 눈감아. 얘 나랑 노는 거야. 잠을 못 자는 게 아니라.'
웃음이 났어. 무슨 큰일이 아닌 것에 안도했고, 드디어 아내가 코코는 잠을 '못'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안'자고 있는 것이란 것을 깨달은 거 같아서. 나는 아내를 진정시키고 앞으로 할 일을 알려줬어. 일단 무조건 눕히자. 그리고 울면 5분 뒤에 들어가서 달래주자. 그리고 다시 눕히고 나와라. 다시 울면 다시 7분 정도 지나서 들어가서 다시 달래고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시간을 늘려가자. 아내는 알겠다고 해주었고 해야 할 일이 정해지면 칼같이 해내는 아내는 아주 잘해주었어. 그리고 7분 이상 우는 일은 생기지 않았고, 점점 우는 시간도 줄어들어 5분을 채 기다리기도 전에 코코는 잠들기 시작했어. 처음 위기는 그렇게 지나갔지.
하지만 독립수면은 그리 쉽게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었나 봐. 다음 시련은 유모차의 시련이었어. 산책을 좋아하는 코코는 유모차에 태워서 공원을 나가면 아주 잘 자고 기분이 좋아져. 그래서 낮엔 자주 산책을 나가곤 했는데, 이게 점점 루틴이 되어가다 보니, 미세먼지가 좋지 않거나 비가 오는 날에 산책을 나가지 못하면 너무 힘들어하게 돼버린 거야. 도저히 달래 지지 않는 코코를 안고 일어났다 앉았다,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아무리 움직여도 그치지 않는 울음이 낮부터 이어져서 내가 퇴근할 때까지 우는 날도 있었어. 그래서 내가 퇴근한 뒤에 밤마실이라도 나가자고 코코를 유모차에 태우고 잠시 신발을 신고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 근데 이게 뭐지? 그 사이에 잠이 들어 있는 코코.
아내와 나는 당황했어. '얘, 산책 아니고 유모차 좋아하네.' 그래서 좀 황당하긴 하지만 산책을 나가지 못하는 날엔 유모차에서 태워줬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잠을 자더라고. 근데 자꾸 현관에 세워둔 유모차에서 아기를 재우는 것이 좀 맘에 걸렸는데. 애기 셋을 키운 누나가 알려주더라고. 조카들도 다 그렇게 유모차에서 자는 시기가 있었다고. 그래서 자기는 유모차 바퀴커버를 사서 아예 실내에서 끌고 다니거나 세워두고 애를 재웠대.
'유레카' 유모차 바퀴 커버라는 게 있구나. 당장 구매를 갈겼고, 유모차는 이제 아기침대 옆에 자리해 비상침대 역할을 해주었어.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그때 유모차값은 다 뽑았지. 애기가 잘 자면 뭐 용도가 뭐든 무슨 소용이겠어?
그렇게 우리는 또 하나의 위기를 넘겼지만, 이제 코코의 잠투정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을 그때 우린 몰랐지.
아가, 신생아 시절에 보여준 먹으며 잠들던 모습은 이제 볼 수가 없는 거야? 잘 자라줘서 고맙지만, 너 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