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거부 사태처럼 큼직한 위기도 있지만 독립 수면을 위한 우리의 여정에는 훨씬 작지만 치명적이고 자주 발생하는 위기들이 많이 있었어.
제일 먼저, 잊을만하면 다가오는 예방접종. 집단면역을 위해 예방접종을 거부하거나, 늦출 생각이 전혀 없는 소아과아빠는 제때 접종을 챙겨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러다 보니 줄지어 있는 예방접종을 하나씩 클리어할 때마다 독립수면에는 항상 위기가 있었어. 예방접종을 맞은 날엔 좀 더 보채고 가끔 열이 나기도 했고, 정상 컨디션인 상태와 다르게 잠을 잘 들지 못하거나 시간이 다 어그러졌거든. 그럴 때면 나는 해열진통제를 미리 좀 먹이는 방법을 썼어. 예방접종 하고 나면 성인들도 몸이 쑤시고 아프잖아. 애들도 비슷하거든. 그래도 회복돼서 원래 사이클로 돌아오는 데는 2일 정도가 걸렸어.
그다음은 이유식.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니, 속이 불편한지 배앓이를 하거나 변비가 생겨 낑낑거리는 일이 늘어났어. 이것도 역시나 수면을 많이 방해하더라고. 변 보는데 좋은 음식들을 이유식이나 간식으로 주고, 마시지를 해주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해.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안된다면 나는 바로 면봉을 뽑아 들고 항문을 자극해 줬어. 돌덩이 같은 변을 보고 나면 그래도 편히 잠들더라고.
온도에 예민하다 못해, 더운 것에 극대노를 하시는 코코는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보일러가 도는 것도 작은 위기였어. 아기 방 온도가 23도가 넘어가면 시원해질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거든. 선풍기를 틀어주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주고 긴팔 긴바지는 벗겨줘야 해. 겨우 공기가 시원해질 때쯤 '헷' 하고 웃고 손을 빨면서 다시 잠들어.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너무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날 닮은 코코는 가족모임도 큰 위기가 되곤 했어.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이뻐해 주는 줄 알지만 그 관심이 부담스러운 것인지, 모임을 하고 돌아온 날엔 꼭 힘들어하더라고. 그렇게 잘 웃어주고 울지도 않고 가족들이 한 번씩 다 안아보게 순하게 있던 애가 집에만 오면 울고 불고 짜증도 내고 잠도 안 자고 두 얼굴의 아기코코가 돼버려. 이건 정말 하루 이틀 쉬지 않으면 방법이 없더라. 그래서 더 자주 들어가 달래주고 안아줘야 해.
아기를 혼자 재우는 독립수면은 각자의 선택이야. 결국 독립적 개채를 키워내는 것이 육아의 목표라면 가장 먼저 독립해야 할 생리적인 능력이 혼자 잠드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앞으로도 아기의 컨디션이나 발달에 따라 또 다른 위기가 생기겠지만 끝까지 혼자 잠드는 아기로 키워낼 거야.
소아과아빠는 냉정하지만, 모든 것은 아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