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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과아빠 Apr 01. 2024

독립수면 프로젝트 3

다시 돌려놓는 것이 제일 어려워

 아내가 코코를 안고 잠을 재운 것은 불과 며칠이었지만 다시 낮잠을 혼자 잘 수 있는 아기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했어. 낮에 혼자 눕혀두고 나오면 울기 시작했거든. 역시 침대보단 엄마 품이 좋았던 거지.


 그나마 밤잠은 이전처럼 혼자 잠들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어. 혼자 낮잠 자는 아기 만들기가 시작되었지.


 엄마 품이라는 꿀맛을 알아버린 코코는 이제 혼자 침대에 누워있다가 잠드는 걸 잊어버린 아기처럼 눕히기만 하면 울어 댔어. 이제 다시 혼자 잠드는 법을 배워야 해. 평소에 눈물을 거의 보이지 않는 아기였는데, 낮잠만 시작하려고 하면 눈물을 다랑다랑 흘리며 소리소리를 지르며 엄마를 찾았어. 하지만 냉정한 아빠는 모두의 평화를 위해 수면교육을 시작했어.


 잘 놀다가도 하품을 하고 눈을 비비면 침대에 눕혔는데, 눕히기만 하면 바로 강성 울음을 시작했어. 그래서 침대에 눕히고 잠시 울음을 그치길 기다리며 토닥거려 주고 '쉬' 소리도 내보고 여러 방법을 써봤어. 결국 바둥거리지 못하게 눌러주고 '쉬' 소리를 내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고, 울음이 그치면 방에서 나왔어. 하지만 코코는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울음을 울었고, 나는 스톱워치로 시간을 보며 5분을 기다렸어.  아내는 그런 날 보며 힘들어했고, 드디어 그 말을 해버렸지.


'그냥 들어가서 안아주면 안 돼?'


 아빠는 단호해야 했어. 지금 안아주면 코코는 엄마 품에서 항상 낮잠을 잘 테고, 아기가 무거워질수록 엄마의 손목과 허리는 점점 힘을 잃어 갈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거든.


'그래, 가서 안아줘. 대신 앞으로는 자기가 계속 안아줘야 해. 난 코코 낮잠시간엔 절대 안아주지 않을 거야.'


 너무 차가운 남편이었지만, 아내도 그것이 자길 위한 것이란 걸 알고 있었어. 사실 수없이 많은 대화를 통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거든. '이런 일은 언제든 생길 수 있고, 나는 너와 나를 지키기 위해 코코를 혼자 잠드는 아기로 키울 거다.'라고.


 아내는 잠시 고민했지만 나의 행동에 동의를 해줬고, 코코를 달래고 눕히고 다시 울고 또 달래고 눕히기를 반복했어. 아기는 적응이 빠른 편이라 처음에 우는 것을 계속되었지만 잠들고 바로 다시 깨서 우는 것은 점점 줄어들었어.


 이제 남은 것은 낮잠을 위해 침대에 눕혔을 때 울지 않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았어. 그래서 계속 토닥거리고 백색소음기까지 구매해서 사용했지만 결국 어느 정도 이상 코코 곁에서 아기가 진정되기를 기다려야 했어. 짧으면 10분, 길면 30분도 걸리는 이 과정이 또 우리를 점점 지치게 했지. 그러던 중, 아내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었어.


'오빠, 근데 우리. 코코한테 낮잠을 잘 거란 사실을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냥 하품하면 냅다 데려다 눕히기만 했지. 코코에게 전혀 설명을 해주지 않았어.'


 소아과아빠는 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지. 코코는 분유 타는 것을 기다릴 때도 '분유 타러 갔다 올 거니까 잠시 놀고 있어.'라고 해주면 기다리는 아이였는데. 그렇게 힘들게 낮잠 자기를 기다리면서 단 한 번도 아기에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던 거야.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시작되었어.


 바로 다음 날, 아내는 하품하는 코코를 안고 '코코야, 이제 너 졸린 거 같아, 우리 졸리면 침대에 누워서 자면 되는 거 알고 있지? 이제 엄마가 침대로 데려다 줄 건데, 가서 행복한 꿈 꾸고, 일어나면 다시 엄마랑 재미있게 놀자?'라고 여러 번 설명을 해주고 침대로 데려갔어. 그랬더니 코코는 싱긋 웃고는 엄지손가락을 입에 탁 넣고 쪽쪽 빨며 자기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돌아 누워 잠들어 버린 거야.


 아, 코코는 이런 아이였는데. 우리 부부는 코코를 너무 믿지 않고 있었나 봐. 충분히 혼자 잠들고 깰 수 있는 아이를 '재워주려고' 했다니 말이야.


 흔히 코코 같은 아기를 '유니콘베이비'라고 하더라? 근데 나는 모든 아기들은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다만 기다려 주지 못하고 믿어주지 못해서 아직 능력을 펼쳐보지 못했을 거라고.


 뭐든 할 수 있는 우리 아들 코코, 아빠가 항상 믿어줄게. 네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들 마음껏 해내며 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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