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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과아빠 Mar 25. 2024

독립수면 프로젝트 1

코코, 혼자 잠드는 거야. 알겠지?

 육아가 시작되며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독립수면'이었어. 분리수면 등 다른 말로 불리기는 하지만 나는 독립수면이란 말을 사용할 거야. 아기 스스로 수면의 모든 단계를 컨트롤하고 필요한 만큼 수면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내 목표야. 사실, 잠은 누가 재워 줄 수 없는 거잖아. 적절한 환경에서 본인이 잠에 들어야 비로소 수면을 이루는 거니까. 난 아기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


 코코의 독립수면은 조리원에서 집에 돌아온 날부터 시작했어. 집에 온 뒤 첫 수면부터 미리 꾸며 놓은 아기 방, 아기침대에 뉘어진 코코는 혼자 잠들었지. 냉정한 아빠는 아기를 눕히고 나왔고, 엄마는 애가 탔어.


'혼자 재워도 되는 거야?'

'그럼, 잠은 원래 혼자 자는 거야.'

'아니 좀 더 큰 다음에 해도 되지 않아?'

'크면 더 힘들어. 쟤 자기 없이 조리원 신생아실에서도 잘 자던 애잖아. 갑자기 집에 오니 혼자 못 자는 애가 돼버릴 리는 없지. 카메라로 보면서 재우면 되니까 너무 걱정 마.'

'진짜 이렇게 하는 게 맞겠지?'


 아기가 생기기도 전부터 이미 약속되어 있던 방분리와 독립수면이었지만 막상 아기를 데리고 오고 나니 아내는 조금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모습이었어. 물론, 나라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 하지만 일단 아기가 받아들여주는 한 나는 끝까지 독립수면을 지킬 생각이었어.


 조리원에서 이미 잘 먹는 아이로 소문이 난 코코는 역시나 집에 돌아온 첫날 나의 수유사고에도 불구하고 4시간 간격을 딱딱 지켜 80~100ml를 원샷을 해줬어. 먹다 보면 거의 잠들어버리는 코코는 항상 혼자 침대에 뉘어졌고, 아무런 수면연관도 없이 그냥  들었어. 하루 여섯 번의 수면은 그렇게 수월하게 지나가는 듯했지.


 하지만 모든 일에는 위기가 항상 존재해. 50일을 전후해서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과 점점 짧아지는 낮잠 시간으로 주양육자인 아내의 스트레스는 점점 커져가고 있었어.  그나마 밤잠은 잘 유지가 되었지만 낮시간 동안 혼자 아기를 봐야 하는 아내가 점점 고갈이 되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내 머릿속엔 경보신호가 울렸어.


'이대로 가면 실패한다.'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었어. 아내가 낮에 아기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아야 했어.


'요즘 코코 재울 때 안아줘?'

'응, 그나마 낮에 안아줘야 좀 자는 것 같아.'

'손목 아플 텐데, 괜찮아?'

'아직은 버틸 만 한데..'

'자기야, 우리 밤에 아기 재울 때처럼 그냥 눕혀서 재우면 어때? 낮에.'

'안 자. 진짜 정말 안 자.'

'그러니까, 코코 원래 혼자 잘 수 있는 애잖아. 자기가 안아주는 게 좋아서 더 그러는 걸지도 몰라.'

'그래도 어떻게 애가 울고, 잠을 자지 않는데.'

'그래.. 좀만 더 해보다가 그럼.'


 역시 아기의 울음에 좀 약한 모습을 보이던 아내는 아기를 안아서 재우고 있었어. 안겨 잠드는 버릇을 어떻게 끊어내야 할지 며칠을 고민하던 중, 아내가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가 왔어.


'아, 진짜 코코 이 자식. 진짜 너무하네!'


 뭐야, 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다급해졌어. 코코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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