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한국어로 녹음한 이유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가치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엔비디아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은 한국어 음성에 영어 자막이었습니다. 시가총액 3,000조 원, 전 세계 AI 시대를 좌지우지하는 기업의 CEO가 왜 한국어로 메시지를 녹음했을까요?

이 영상을 보는 순간, 국가 R&D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뭉클했습니다.


1996년, 한 통의 편지


이야기는 2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작은 그래픽 카드 회사였던 엔비디아. 세계 IT 거인들 사이에서 이름조차 낯선 스타트업. 그런 회사에 삼성 이건희 회장이 편지를 보냅니다.

"한국에 한번 와보시죠."

젠슨 황은 그 편지를 받고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그는 목격했습니다. 서울 곳곳에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PC방에 빼곡히 앉아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청춘들을. 밤새워 게임을 하고, 프로게이머를 꿈꾸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나라를.

"이곳에 미래가 있다."

젠슨 황은 직접 용산 전자상가를 누볐습니다. 작은 가게마다 들어가 자신의 그래픽 카드 G포스를 설명했습니다. 세계 최고 기업의 CEO가 될 사람이, 서울 한복판 전자상가 골목을 걸으며 한국 상인들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전국 2만 개 PC방이 만든 기적


2000년대 초, 대한민국 전국에 2만 개의 PC방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컴퓨터, 그 안에 들어간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는 12톤 트럭으로 실려 나갔습니다. 한국의 10대, 20대가 밤새워 게임을 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GPU 실험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몰랐습니다. 우리가 밤새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동안, 우리가 페이커의 플레이에 열광하는 동안, 우리가 전 세계 이스포츠 문화를 창조하는 동안, 그것이 훗날 AI 혁명의 씨앗이 될 줄은.

젠슨 황은 말합니다.

"한국이 전 세계에 퍼뜨린 이스포츠 산업 덕분에 엔비디아가 성장했고, 지금의 AI 혁명이 가능해졌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읽어낸 사람들


엔비디아 영상은 한국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 대규모 공장으로. 철강, 반도체, 전자제품, 선박,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산업화. 폐허에서 시작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나라.

그리고 제조업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스포츠를 탄생시키고, K-POP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젠슨 황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탄탄한 제조업,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 전 세계를 매료시키는 문화 소프트파워, 그리고 AI를 적극 지원하는 정부."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가진 나라. 지구상에 몇 개나 될까요?


2025년, 26만 장의 GPU


이재명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선언했습니다.

뉴욕에서 블랙록을 만나 자본을 이끌어내고, OpenAI와 데이터센터 구축을 약속받고, 엔비디아로부터 최신형 GPU 26만 장을 확보했습니다.

머리(AI 소프트웨어), 근육(GPU), 자본(글로벌 투자). 5년 안에 모든 퍼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젠슨 황은 한국 기업들과 함께 "새로운 AI 공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삼성, 현대차, 수많은 한국 기업들과 AI 동맹을 맺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GPU 구매가 아닙니다. 전 세계 AI 생태계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서는 순간입니다.


용산에서 깨뜨린 바가지


2010년, 젠슨 황은 용산 전자상가에서 바가지를 깨뜨렸습니다.

애꾸를 쫓는 한국의 전통 의식. 세계적 CEO가 한국 파트너들과 나란히 서서 웃으며 바가지를 깨는 모습. 그 사진 속에는 진심이 있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 전자상가 가게에는 치킨을 들고 웃는 젠슨 황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가게 주인은 말합니다.

"저희 먹여 살려주신 분이니까요."

29년. 한 세대가 지났습니다.

작은 전자상가를 누비던 외국인 CEO가, 이제는 대한민국과 함께 AI 미래를 설계합니다. 한국의 PC방에서 시작된 인연이, 이제는 움직이는 AI, 공장의 AI, 자율주행의 AI로 확장됩니다.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가치


저는 국가 R&D 사업을 기획하며 늘 고민합니다.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엔비디아가 한국어로 녹음한 영상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자산이었다는 것을.

밤새 게임하던 PC방 문화가 GPU 생태계를 키웠고, 세계 최고 속도의 인터넷망이 AI 인프라의 기반이 되고,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이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당깁니다.

한강의 기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산업혁명에서 AI 혁명으로. 우리는 또다시 기적을 쓰고 있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젠슨 황의 영상은 이렇게 끝납니다.

"기적이 계속되는 바로 이곳, 한국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 AI 기업의 CEO가 우리에게 "영광"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립서비스가 아닙니다. 29년간 쌓아온 신뢰의 언어입니다.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동반자에게 건네는 진심입니다.


이제 질문은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AI 시대. 엔비디아가 선택한 파트너, 대한민국. 26만 장의 GPU로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

우리 손에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구가 쥐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온 DNA가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은 계속됩니다. 이번에는 AI로.

그 중심에 우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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