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우리 직업을 대체한다고요?

철학자가 들려주는 진짜 이야기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게 AI는 단순 반복 작업을 잘하고 어려운 건 사람이 해야 된다면 그거는 잘 모르시고 하는 얘기예요."


어제 밤, 유튜브에서 우연히 발견한 영상 하나가 나를 3시간 동안 잠들지 못하게 했다. 한양대학교 철학과 이상욱 교수가 출연한 '지식인 초대석'이었는데, AI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깊고 현실적일 줄 몰랐다.


알파고는 왜 바둑을 잊었을까


"알파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바둑도 기가 막게 잘 뒀잖아요. 근데 그거 그만두고 왜냐면 다 이겼으니까 얘가 나중에 메디컬 쪽으로 갔거든요. 그리고서 그쪽으로 훈련을 시키면 바둑 더 못 둡니다."


이 한 마디에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생각하는 AI의 만능성이 사실은 착각이었던 것이다. 현재의 AI는 마치 한 번에 하나의 전공만 할 수 있는 대학생 같다. 바둑을 배우면 바둑만 잘하고, 의료를 배우면 의료만 잘한다. 복수 전공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꿈꾸는 범용 인공지능(AGI)은 언제쯤 올까?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잘 정의된 과업이 어떤 내용이더라도 다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인공지능."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 심지어 ChatGPT조차 검색을 통해 답변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 한다.


판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지금 판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지금 IT 개발자들 지금 저 판교에서 덜 뽑고 있어요."


왜일까? 이유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개발자로 처음 입사하는 신입들은 어차피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도 가르쳐야 하긴 마찬가지다. 차이점은 단 하나, AI가 훨씬 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무서운 문제가 생긴다. 교수가 언급한 '탈숙련화'라는 현상이다. 지금은 경력 5년, 10년차 개발자들이 AI에게 일을 시키고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신입을 안 뽑으면 이런 숙련된 기술자들이 점점 줄어든다. 결국 AI에게 제대로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AI에게 일을 제대로 시키고, AI가 잘못한 것을 바로잡아 주며, 아이디어들을 조합해서 거대한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인력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 우리가 틀렸던 예측


10년 전,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뭐 예술하는 사람은 괜찮을 거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예술이 가장 먼저 AI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IT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교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됐다. AI는 어떤 게 어렵고 쉬운지를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다. 훈련 데이터의 양과 질, 그리고 얼마나 잘 정의된 목표가 있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그 건물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어떻게 높일까? 그럼 굉장히 구체적으로. 그러니까 문제가 굉장히 잘 정의돼 있고 거기에 대한 데이터가 많고 이런 거는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니라 굉장히 복잡한 작업도 잘합니다."


환각하는 AI와 함께 살아가기


그렇다면 AI의 한계는 무엇일까? 교수는 '평가'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흥미로운 예시를 들어줬다.


이미지 생성 AI를 써보면 똑같은 명령어로 네 개의 결과물이 나온다. 어떤 건 정말 잘 그려졌는데, 어떤 건 엉망이다. 하지만 AI 입장에서는 네 개가 모두 동등하다. 좋고 나쁨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생성형 AI들은 마지막에 '휴먼 피드백 강화 학습'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사람이 직접 "이 답변이 제일 좋은 거야", "이건 절대 하면 안 돼"라고 가르쳐주는 것이다.


할루시네이션에 대한 교수의 관점도 신선했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거짓말한다고 비판하지만, 교수는 오히려 "이 정도로 참말을 많이 하는게 굉장한 능력"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AI는 헛소리를 해야 정상인데, 엄청난 노력으로 참말을 상당히 많이 하게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환각이 창조가 될 때


더 놀라운 건 환각의 긍정적 측면이었다. 예술가들에게는 환각이 굉장히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특히 이제 디지털 아트하는 분들은 이 환각을 너무너무 생산적으로 사용하는데 자기가 뭔가 아이디어가 있어요. 근데 그 아이디어에서 자기가 아무리 짜내도 요 정도밖에 이미지가 안 떠올라."


그럴 때 AI에게 "여기서 가능한 모든 것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봐"라고 하면, AI가 환각을 통해 세상에 없는 것들을 만들어낸다. 그 중에서 괜찮은 걸 골라 다시 변형을 요청하는 식으로 창조성을 가진 동료처럼 쓴다는 것이다.


우리가 들리지 않으려 해도 듣고 있는 그것


인터뷰 중 가장 소름 돋았던 부분은 음성 수집에 관한 이야기였다. 교수는 친구와 어떤 제품에 대해 대화하고 있으면, 바로 그 제품 광고가 유튜브에 뜬다고 했다. 심지어 마이크가 없는 컴퓨터에서도 말이다.


"휴대폰을 그 옆에 있잖아요. 그게 구글 계좌가 연결되니까 그 휴대폰이 듣고 그걸 또 그 컴퓨터에 보내 주는 거예요."


물론 이는 추측이지만, 교수는 95% 이상 확률로 맞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동의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 약관을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4-50페이지 되는 약관 어딘가에 이런 내용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AI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려면


인터뷰 말미에 교수가 던진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AI가 우리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까요?"


그의 답은 이랬다. "저는 AI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AI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가 적극 수용하거나 막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존중하고 증진시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


3시간 동안 잠들지 못하게 한 이 영상을 보고 나서, 나는 몇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AI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한계가 명확하다. 하지만 그 한계 안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둘째,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대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직업의 내용이 바뀌고, 필요한 역량이 달라진다. 중요한 건 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다.


셋째, AI의 환각은 버그가 아니라 특징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넷째, 기술의 발전 방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새벽 3시, 마침내 잠자리에 들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건 AI가 아니라, AI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ChatGPT에게 질문할 때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의심스럽게, 하지만 좀 더 창의적으로 접근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출처: 지식인초대석 - 이상욱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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