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는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육사'이며 그림 작가인 아베 히로시의자전적 에세이다. 폐쇄 위기에 몰린 작은 시골 동물원이 일본 최고의 동물원이 되기까지 그와 사육사들이 10여 년간온몸으로 이룬 최고 동물원에 관한 이야기다.‘인간과 동물의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통찰은 독자에게 동물에 관해 놀라운 새 시각과 감동을 준다.
작가는 1948년 홋카이도에서 출생했다. 대입 3수를 그만두고 철공소에서 3년간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육사가 되었다. 1972년~1997년까지 아사히 야마 동물원의 사육사로 일했으며 그 후 그림책 작가로 전환했다. 작가는 자연과 생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작품을 많이 발표했으며 우리나라에도 그의 어린이 그림책이 많이 소개되었다. <폭풍우 치는 밤에(가벼와메이 이야기, 전 6권)>로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 賞을, <고릴라 일기>로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賞, 그 외 여러 賞을 받았으며 약 100여 권의그림책을발표했다.
아사히야마는 인구 40만 정도의 작은 도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시립이지만 관람객이 매년 줄자 시의회가 예산을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폐쇄 위기에 몰렸다. 그러다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 노력으로 10년 만에 연간 300만 명이 관람하는 일본 최고 동물원으로 변모했다. 일본의 최고 인기 동물원, 진심의 경영혁신 모델, 홋카이도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그 중심에 그림을 잘 그리며 동물을 진정 사랑하는 사육사 ‘아베 히로시’가 있었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개나 고양이에게 관심이 많았으며 무엇이든 시작하면 온 힘을 다해 몰입을 한다.
‘개나 고양이는 귀여웠지만, 아이들에게는 할 일이 많았다. 그것은 물론 노는 일. 아무튼 온 힘을 다해 놀았다.(16쪽)’
<픽사 베이>
어느 날 우연히 도서관에서 본 동물도감의 늑대 얘기가 그의 마음을 파고들면서 그는 마음이 끌 리는 사육사의 길로 들어선다. 동물원은 사육 사들이 노력해도 관람객 수가 30만 명 이하로 떨어져 시 의회에서는 폐쇄할지를 논의하게 되었다. 아베와 사육사들은 고민을 하기시작했다. 왜 동물원이 있어야 하지? 이상적인 동물원은 어때야 하나? 예산이 없는데 어떡하지? 사육사들은 예산 없이도 할 수 있는 새 일을 찾고 변화를 시작했다.
우선 세 가지 큰 전략을 정했다. ‘시민을 우리 편으로 만들자’, ‘매스컴을우리 편으로 만들자’ ,‘사육사가 치고 나가자’ 그리고 우리 자신의 동물원을 지금부터 만들어간다라는 마음을 공유하고 있었고, 사육사와 동물원이 함께 성장하는느낌이었다. ‘(65쪽)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이 전략과 사육사들의 진심 어린 헌신을 힘으로 삼아 사람과 동물이 좋아할 제대로 된 동물원을 만들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사육사들은 정해진 목표와 일과표에 따라 일했고 예산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동물을 제일 잘 아는 사육사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동물원장은 ‘ 좋은 아이디어다. 예산이나 관행에 구애받지 말고 해 보자’며 제안자에게 전권을 맡겼다. 아베 히로시와 동료 사육사들은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가장 잘 아는 동물을 어떻게 하면 관람객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할지를 토론하고 방법을 찾아 실천하기 시작했다.
사육사들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인쇄용지를 사 와 동물원 소식지를 만들어 시 당국과 시 의회를 상대로 동물원의 생각과 연구, 달라진 동물원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우선 사육사가 담당 동물 우리 앞에서 상투적으로 하는 설명을 싹 바꿨다. 사육사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동물의 현재 상태를 생생하게 설명하였다.
<픽사 베이>
'아~하마는요. 어제 설사를 했는데. 끔찍했어요 손님. 사자한테 상처를 입었어요, 봐요상처지요? 라며 자연스럽게 설명하니 손님들이 재미있다고 소문을 퍼트리고 언론도 취재 방영하기 시작했다. 사육사들은 동물을 연구한 내용을 소식지에 실어 전국의 동물원과 연구소에 보냈다. 소식지에 언론들도 관심을 가지고 동물원을 찾아오거나 보도하면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동물 생태를 가장 잘 알고 환경을 보전하는 좋은 동물원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기시작했다.'(100쪽)
아베는 동물들의 생명과 죽음을 보면서 동물의 생명이 그냥 소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토끼나 쥐가 맹수의 먹잇감으로 죽어도 제 명대로 살다 간 동물처럼 수고했어, 고마워라고 하며 잡아먹은 사자나 비단뱀의 생명 가운데 살고 있으며 이것도 또 다른 ‘죽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토끼나 쥐의 죽음도 당연히 ‘쓸데없는 죽음’ 이 아닌 것이다. 야생에서 사자는 사냥을 해서 살아 있는 사냥감의 숨통을 끊고 먹는다.동물원에서도 그 야성을 살려줘야 한다. 그것이 자연에서의 생명의 연결이다.'(128쪽)
동물의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동물의 생명과 연결된다는 그의 생각은 책의 곳곳에 견고하게 스며있다. 생명에 대한 경의와 존중, 인간만이 아닌,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은 먹이사슬이란 생명체계를 따라 살고 죽지만 모든 생명의 삶이 그 먹이사슬에 의해 유지되고 계속되는 자연 섭리임을 그는 알게 된다. 그래서 동물의 죽음은 그에게 ‘쓸데없는 죽음’ 이 아니고 또 다른 삶의 모습이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동물의 삶과 죽음을 25년 간 지켜본 관조와 통찰에서 비롯된다. 동물 생명 존중 사상이 그의 어린이용 그림책에도 잘 스며져 있다. 아베는, 먹이사슬은 약육강식이 아니고 올바른 삶과 죽음의 관계라고 규정한다. 풀을 먹고 자란 얼룩말이 사자에게 먹히고, 사자는 죽어 썩어서 거름이 되고, 거름은 풀을 살리는 자양분이 되는 삶과 죽음의 거대한 순환, 그 거대한 순환 속에서 모든 개체는 죽어도 다른 형태로 살아나는 것을 올바른 삶이라고 본다.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에 불과한 인간도 이 거대한 자연의 생명 순환 체계를 제대로 알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는 말하고 싶어 한다.
<픽사 베이>
‘야생동물은 약육강식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들 말한다. 이것은 실은 인간이 제 멋대로 생물들의 관계를 보고 떠드는 것일 뿐이다. 사냥하는 힘센 사자와 사냥감인 약한 얼룩말이라는 구도는 언뜻 보면 약육강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자도 얼룩말도 다 올바른 ‘삶과 죽음의 관계’를 살고 있는 것뿐이다.‘(141쪽)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연간 관람객이 10배 늘어나 300만 명이 되고, 일본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은 최고 인기 동물원, 홋카이도 대표 관광지로 되었으며 진정한 경영혁신의 모델이 되었다.
<픽사 베이>
한국에서도 경영혁신 모델로 널리 소개되어 많은 기업들이 따라 한다고 분주하였다. 심지어 당시 S전자 주주총회장에서 Y대표가 이 책을 인용하며, 이를 S전자의 경영혁신에 도입하겠다고 주주들에게 약속 한 바 있다. 한국의 어떤 기업도 이를 도입해서 성공시켰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베 히로시와 사육사들이 수년간 진정한 동물사랑을 담아 이룬 결실을, 경영 혁신의 좋은 사례라고 너도나도 흉내 낸다고 될 일은 아니다.
아베 히로시는 자신의 삶 속에서의 동물과 살며 사랑하며 그림을 그려온 세월이 최고의 증거움이었다고 회고한다. 동물들을 반짝반짝 아름답게 그리는 것이 곧 동물들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라 한다. 그가 평소에 얼마나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돌보며 서로가 소중한 생명으로서 깊은 사랑을 나누었음을 알게 해 준다.
동물들에게서 받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니! 지구 상의 모든 동식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데 동물들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니! 반대로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만 버려진 반려동물이 12만 마리라는 뉴스가 쇼킹하다. 그 무책임과 잔인함.
‘죽음을 향해서, 우리는 하루하루 확실하게 나이를 먹고 있다. 죽음을 향해서 날마다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은 죽는다. 그때<즐거운 인생이었다> 생각하며 죽고 싶다. 나는 오늘도,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온 힘을 다해 마시고, 놀고, 똥 누고 있다. 그림과 마주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육사 출신의 그림책 작가로서 내가 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명이 반짝반짝하는 그림이 아닐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죽은 동물들에게도, 지금 살아가고 있는 벌레나 뱀에게도 면목이 없을 것이다. 그러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내가 동물들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다.’(142쪽).
<픽사 베이>
일본 최고의 아동 그림책 작가로서, 생명사상
행동가로서, 그의 일관된 삶을 엮은 '아베 히로시
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는 모든 이에게 생명에 관한 깊은 울림을 준다.
경영혁신의 측면에서 자발적 헌신과 상호신뢰야
말로 혁신의 성공 열쇠임을 알 수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아사히야마 동물원 사육사들이
제대로 된 동물원을 만들어보겠다는 자발적 행동, 그 헌신성을 믿고 모든 권한을 맡긴
동물원장의 상호 신뢰. 이것이 폐쇄 직전의 작은 동물원을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만든 기적의 열쇠라고 보고 싶다.
한국기업들이 이를 경영 혁신에 접목시키려다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피상
적으로 자발적인 혁신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지
만 뿌리 깊은 일본 기업의 문화와 전통을 제대로 간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일본 기업들은 잃어버린 20년 불황 시기에도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직원을 함부로 해고하지 않고 급여삭감, 동결해서라도 전원 고용을 유지하려안간힘을 쓴다. 그것이 ' 회사에 헌신한 직원들에 대 한 기업 오너의 보답'이라고 여긴다. 한국기업들은 일본기업들의 바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