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한 끼,
구운 파프리카 볶음밥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토마토소스를 사 왔다.
점심으로 스파게티나 만들어 먹을까- 하는 생각에.
그러다 문득 냉장고 속 파프리카가 떠올랐다.
복숭아와 함께 아빠에게 받아온 파프리카이다.
조금만 달라고 했는데도 엄마가 다섯 개나 넣어주셔서 언제 다 먹지 생각했던 그 파프리카.
피망대신 파프리카를 넣고 일본식 스파게티인 나폴리탄을 만들어 먹을까 하다가, ‘파프리카 요리’에 대해 찾아보았다.
파프리카에 계란을 넣어 먹는 레시피, 볶음밥을 담아 먹는 레시피 등 여러 레시피가 있었는데,
나는 오는 길에 사 온 토마토소스를 넣어 리소토 같은 볶음밥을 만들기로 했다.
만든 볶음밥을 파프리카에 담아 먹어야지.
냉동실에 넣어둔 찬밥에 냉장고의 자투리 채소를 섞어 볶다가 토마토소스를 넣어주면 초간단 볶음밥 완성!
아참! 채소만 넣으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냉동새우도
3마리 넣어주었다.
파프리카 속을 발라 그 안에 밥을 채워준 뒤 사두었던 슈레드 치즈를 수북이 올려주었다.
그리고는 치즈가 녹을 수 있게 구워주기.
오븐이 없는 나는 앙증맞은 사이즈의 발뮤다 토스터기에 돌렸는데, 크기가 커 자꾸 걸리는 파프리카를 보며 에어프라이어를 사야 하나 생각했다.
자고로 요리는 장비빨이니깐.
사실 에어프라이어는 남편의 오랜 위시리스트 중 하나이다.
몇 년 전부터, 그러니까 우리가 주말부부를 끝내고 같이 살게 된 그 시점부터, 꾸준하게 에어프라이어 구매를 강력하게 어필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짠순이 중의 파워 짠순이.
다행히 이전 집에는 빌트인 오븐이 있어서 에어프라이어 대신 오븐을 다양하게 이용했지만,
새로 이사 온 집에는 달랑 발뮤다 토스터기 한 개뿐이라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남편은 마트에 갈 때마다 에어프라이어 매대 앞을 서성인다. 귀여운 나의 남편.
내 마음을 감추고 남편의 모습을 모르는 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튼 200도의 토스터기에 들어간 파프리카가
띵동- 끝났다는 소리를 내며 맛있게 구워졌다.
아무래도 비주얼이 살짝 아쉬워 찬장에 넣어놨던 캠핑용 토치를 꺼내 조금 더 그을러 줬다.
드디어 완성된 나의 귀여운 점심밥.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으려고 했지만 자꾸 움직이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한 손으로 잡아 우걱우걱 잘라먹는다.
고급진 비주얼에 그렇지 못한 식사 법!
그렇지만 뭐 어때?
내가 맛있으면 그만이지!
볶음밥과 짭조름한 치즈 거기에 아삭한 파프리카까지 한 입 베어 물으니, 맛있을뿐더러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많이 볶아 조금 남은 볶음밥으로 내일 또 만들어 먹어야지.
귀엽고 건강했던 오늘의 한 끼도 잘 먹었습니다!
구운 파프리카 볶음밥 recipe
냉동 새우 3마리, 양파, 당근, 파프리카를 잘게 썰어 볶아준다.
거기에 찬밥을 넣어 잘 섞어준 후 토마토소스를 넣어준다. (토마토소스는 조금씩 섞어 원하는 농도로 맞춰준다.)
깨끗이 씻은 파프리카를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해 준다.
씨를 제거한 파프리카 속에 만들어둔 볶음밥을 넣어준다.
그 위에 피자치즈 듬뿍 올려준다.
200도의 오븐에 약 7분간 구워준다. (아삭한 식감의 파프리카가 싫다면 시간을 늘려 더 구워주기.)
구워진 파프리카 볶음밥에 살짝 토치질을 해주면 불맛이 더해져 풍미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