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한 끼,
꽈리고추튀김과 메밀소바
오늘은 그런 날이다.
뭘 해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날.
거기에 날씨도 우중충하니 마음까지 우중충해지는
그런 날.
아침부터 병원 예약이 잡혀있어 서둘러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운전을 해서 병원에 갔다.
차가 막히지 않으면 30분 만에 도착할 거리인데 출근길 차량들로 딱 한 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조금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예약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 진료가 30분이나 지연되어 결과적으로는 한 시간 이상 대기하게 되었다.
오늘 오전 시간을 다 병원에서 보내버린 셈이다.
억울한 마음을 가다듬고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병원이 남편 회사 근처라 병원에 들르면 늘 남편과 함께 밥을 먹었기 때문에. (늘이라고 해봤자 2-3번밖에 되진 않지만)
그런데 남편도 오늘 점심은 약속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아니 그걸 왜 미리 말해주지 않은 건지.
아침부터 기다림의 연속이라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남편의 연락을 받고는 완전히 맥이 빠지고 말았다.
기분전환 삼아 병원 근처 스타벅스에서 아이스돌체라테를 한 잔 샀고,
신나는 노래를 틀고는 따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날엔 무얼 해 먹어야 하지?
돌아오는 길 내내 고민해서 정한 오늘의 메뉴.
이름하야 꽈리고추 튀김. 두둥-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도록 매콤한 꽈리고추튀김을
만들자!' 하고는 냉장고 속 꽈리고추를 꺼냈다.
(우리 집 꽈리고추는 모양새만 꽈리고추이지, 맛은 청양고추이다.)
전분가루에 물을 섞어 튀김옷을 만들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부어 튀길 준비를 끝냈다.
꽈리고추만 튀기면 물론 아쉬울 테니 냉동실의 새우와 두부도 꺼내 함께 튀겼다.
'지글지글 타닥타닥-'
맛있는 소리와 함께 재료들이 맛있게 튀겨진다.
집에 밥이 없어 냉장고에 있던 메밀면을 꺼내 삶았다.
삶아진 메밀면을 찬물에 씻어 그릇에 올리고 튀김과 함께 차려놓으니 꽤 그럴싸한 한 상이 되었다.
차려진 밥상을 보니 내 기분도 꽤 괜찮아졌다.
꽈리고추튀김을 한 입 베어 먹으니,
매워도 너무 매워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
메밀소바로 입을 시원하게 헹궈주고 다시 두부와 새우튀김도 먹었다.
맵고 시원한 음식이 목을 타고 내려가니 안 좋았던 기분도 싸악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모든 날이 다 내 맘 같을 순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꽈리고추 튀김을 입에 넣는다.
꽈리고추 튀김 recipe
깨끗이 씻은 꽈리고추는 물기를 탈탈 털어 준비해 준다.
비닐봉지에 꽈리고추를 넣고 전분가루 한 스푼을 넣어 잘 흔들어준다.(비닐봉지에 넣어 흔들어 주면 가루가 골고루 잘 붙는다.)
전분과 물을 1:1 비율로 섞어두고 전분이 가라앉으면 물을 조금 따라 버려 준다. (나는 급한 전화가 와 물 버리는 것을 까먹고 그대로 튀겨버려 튀김옷이 거의 없는 튀김이 완성되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예열해 준다.
만들어둔 전분물 튀김옷에 꽈리고추를 잘 섞어 기름에 튀겨준다.
한 김 식혀 먹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