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둘러 앉아도
산책을 다같이 나가도
이렇다 저렇다 말씀이 없으셨다
할아버지니까,
그런가보다 했다
혈연으로 이어진 느낌도 잘 받지 못했다
말씀이 없으셨던 할아버지는
매일 분주히 움직였다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마치 계획이라도 한 듯 떠났다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였던 것 같다
아니면 그들을 도와주는 지원자였거나
연계된 사람이었거나
더이상 암호를 전달할 수 있는 동지가
남아있지 않았나보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남기고 간
무거운 상자를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
할아버지 장례식에 찾아온
또 다른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는
“내가 마저 정리하고 갈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