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벗어날 거야. 더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 거야.”
여자는 중얼거리며 낡은 빌라의 방에서 화장을 한다. 방은 잘 정리가 되어있고 잘 다려진 옷들이 옷장에 있다. 신발장에는 단정한 검은색 구두가 놓여 있다.
“취업하면 예쁜 구두나 사야지.”
여자가 중얼거리며 면접시험을 보러 갔다.
“최지영 씨 들어오세요.”
지영은 면접관 앞의 의자에 앉았다. 중소기업이어서 그런지 면접은 사장님이 직접 했고 옆에 팀장님 같은 분이 앉아있었다.
“컴퓨터 잘하나요?”
지영은 한 손을 쥐고 말했다.
“컴퓨터 자격증은 세 개 정도 있고 웬만한 건 다 할 줄 압니다. 그리고 제가 사람 관계가 아주 좋아서 적응도 잘합니다.”
사장님은 몇 가지 질문을 해보고 이력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팀장과 눈을 마주쳤다.
지영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업이 망해서 어렵게 살았다. 물론 부자인 때도 있었던 것 같지만 어린 시절 기억이라 희미하다. 부산에서 살다가 추웠던 겨울날 새벽에 가족들과 급하게 간단한 짐만 가지고 도망을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이가 10살도 안 될 때였다. 그 이후에도 아버지는 사기를 당해서 집에 완전히 망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했고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고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나와 오빠, 동생들을 두고 집을 나갔다.
오빠는 학업을 포기하고 일을 했다. 짐을 잔뜩 어깨에 지고 직접 도매로 파는 일을 했다. 지영은 대학을 가고 싶어서 장학금을 주는 전문 대학교를 선택했고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유소, 커피숍, 교내 근로, 음식점 가리지 않고 했었다. 다행히 오빠가 도매 일이 잘돼서 집을 마련하게 됐다. 그 이후 오빠, 동생들과도 다 같이 살 수 있었다. 어머니도 가끔 집에도 오고 어느 가정처럼 행복해 보였다. 이러한 어린 시절을 보낸 지영은 마음속 깊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취업하기 전에 지영은 눈과 코를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성형수술을 했다. 원래 예쁜 얼굴이기는 했지만 미인은 아니었어서 더 예뻐지고 싶었다. 성형수술 후에 지영은 누가 봐도 예쁜 여자가 되었다.
면접을 보고 2주 뒤에 합격 문자가 왔다. 지영은 너무 기뻤다. 회사에 첫 출근하는 날 지영은 평소보다 더 화장에 공을 들였다. 지영은 아연 파이프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일을 했다. 일은 어렵지 않았고 성격이 좋은 덕분에 인정도 많이 받았다. 일이 익숙해지자 납품업체 출장을 가기도 하고 파견 근무도 나가게 되었다. 지영은 출장을 다니게 되면서 자신에게 호감이 생긴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그 회사 사장의 아들이었다. 얼굴은 좀 나이 들어 보이고 말랐으며 검은색 안경을 꼈다. 외모와는 다르게 나이는 실제로는 많지 않았다. 그 남자의 이름은 현우였다. 현우는 32살로 지영과는 6살 차이였다. 현우는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아들이었고 그에 걸맞은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을 했다.
지영은 현우를 만나면서 만나기 전에 미용실을 들렀다. 머리를 하기 위해서이다. 지영은 현우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용실에서 드라이를 하는 것에는 많은 돈이 들었다. 하지만 지영은 이러한 것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피부와 눈썹 문신, 옷 등에도 돈을 많이 썼다. 지영은 외모가 예뻐서 이러한 노력이 더 빛이 났다. 지영은 현우와 사귀면서 약간의 거짓말을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어머니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잘 사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결혼할 때 지원도 해주실 수 있다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긴 전까지는 사업을 하셨는데 잘됐었고 아버지 사업은 모두 오빠가 물려받았다고 했다. 지영은 이 모든 것이 완전한 거짓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거짓말을 했다. 집과 회사는 오빠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약간 말을 바꿨을 뿐이었다.
지영은 2년 동안 현우를 만날 때마다 미용실을 들렀고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영은 결혼자금으로 쓸 돈을 대출하기 위해 은행을 여러 군데 가보았다. 지금까지 모은 돈과 대출금까지 해서 5천만 원 정도 되었다. 어머니가 5천만 원을 대출로 마련해 주었고 오빠에게도 1억을 빌렸다. 지영은 이 결혼만 성사시키면 모든 것이 자신이 바라는 대로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현우는 지영에게 푹 빠져있었다. 현우의 부모님은 지영이 마음에 들었다. 지영은 현우 아버지에게 굉장히 잘했고 현우의 어머니를 자주 만났다. 현우 어머니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친구처럼 자주 연락을 하고 만났다. 이러한 지영의 성격은 현우 어머니의 마음을 열게 만들었고 결혼을 순조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지영은 현우의 어머니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선물로 명품 등을 사서 주기도 했다.
“어머니, 이 가방 예쁘죠? 어머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요. 어머니 쓰세요.”
현우 어머니 또한 이러한 지영에게 돈을 아끼지 않았다. 결혼할 때 현우의 부모님은 지영에게
“아들은 꼭 한 명 꼭 낳아야 한다. 아들한테 회사를 물려줄 거야.”
라고 당부를 했다. 지영은 이러한 당부에 흔쾌히 알았다고 했고 아들을 꼭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우에게는 누나들이 있었지만 회사는 아들이 물려받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
결혼식은 누가 보더라도 아주 완벽했다. 호텔 결혼식에 신혼여행도 완벽했으며 들어가는 집도 강남의 신축아파트였다. 전세이기는 했지만 지영은 자신이 강남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에서 살게 되어서 기뻤다. 드디어 성공했다. 내 인생은 이제 달라질 거야. 지영은 결혼 후에 매주 일요일은 시댁에서 지냈다. 그것은 이 집안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일요일은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지영은 이러한 생활에 불만이 없었다. 어머니도 일요일에 집에 오는 지영이에게 잘했다. 지영이에게
“뭐 필요한 것 있니? ”
어머니는 지영에게 이불이나 운동화같이 필요한 물건들을 백화점에서 바로 사주기도 했다. 지영은 이러한 어머니가 좋았다. 일종의 선물이나 보상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지영은 첫째는 딸을 낳고 2년 뒤에 아들을 낳았다.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시댁 식구들은 전부 기뻐해줬고 지영 또한 뭔가를 해낸 것 같이 기뻤다. 현우는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라는 것을 안 날 장미가 백송이 든 꽃바구니를 선물했다. 지영은 꽃바구니를 받고 행복해했다.
아들이 태어나고 이름을 정민이라고 지어줬다. 정민이는 엄마인 지영을 잘 따르고 건강하게 자랐다. 정민이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제일 예뻐요.”
라고 정민이가 말했다. 정민이는 엄마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지영 또한 아들 정민이를 많이 사랑했다. 지영은 이 모든 행복이 자신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