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를 할걸 그랬다

by 문엘리스

K와 나는 피자헛에 갔다. 나는 분식집만 가다가 피자헛을 가서 좋았다.

우리는 피자를 먹는 동안은 분명히 분위기가 좋았다. 하고 싶은 말들을 했다. 나는 그와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그는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했다. 아버지가 대기업에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아버지가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 같았다. 그는 나와 대화를 할 때 자신의 집이 잘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냥 듣기만 했다.


우리는 음식값을 계산하러 함께 갔다. 그가 먼저 계산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커피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피자헛을 나오고 그를 보는데 그는 귀까지 빨개지면서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놀라서 K에게 물었다.

“이거 내가 계산했잖아.”

그는 영수증을 보이며 말했다.

우리는 더치페이를 한 적은 없었다. 우리는 번갈아가며 밥을 사거나 커피를 샀다.

“내가 커피 사려고 했어.”

K는 이미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이 너무 빨개져서 얼굴을 보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피자헛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의 화가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계속 그곳에 있기가 싫었다.

“커피 마시러 가자. 우유 위에 그림 그려주는 데 가려고 했어.”

나는 라테아트를 그 당시에 좋아했다. 우리는 커피를 시켰다.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아서 나는 눈치가 보였다.

카페는 조금 어두웠다. 등 아래 탁자에는 은은한 빛이 보였다.


“미안해. 내가 커피 사려고 했어.”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돈 버는 거 아니잖아.”

“그럼 이제 반씩 할까? 더치페이하자.”

“그것까지는 아닌데.”

그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이 보였다. 차라리 싸우면 좋을 텐데 그는 화가 날수록 말을 잘하지 않았다. 우리는 커피잔을 바라보며 커피만 마셨다. 라테아트는 예뻤고 커피잔도 예뻐 보였다.

K와 나는 커피를 마시고 아주 어색하게 헤어졌다. 그날은 그곳에서 바로 헤어졌다.


나는 집에 와서 피자헛 앞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생각이 났다. 생각할수록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화가 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 앞에서 당황했던 내 모습이 생각이 났다.


K는 공평한 것을 좋아했다. 그 이후에도 돈 때문에 화를 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당황해하며 내가 돈을 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어느 상황에서는 나도 잘못한 점이 있었을 것 같다.

우리가 돈을 어떻게 낼 것인지 미리 말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우리는 연애가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다.

나는 그렇게 그와 계속 만났다. 그동안 K는 군대도 가고 어학연수도 1년 다녀왔다. 나는 어느덧 28살이 되었다.


28살이 되니 갑자기 주변의 친구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인데도 친구들은 그 해에 갑자기 결혼을 많이 했다.


K는 대학 졸업식 전에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회사라며 그는 자랑스러워했다. 나도 그의 취업을 축하해 줬다.


나는 그의 대학 졸업식에 꽃다발을 사서 갔다. 그날은 그의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그의 부모님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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