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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 선생

by 문엘리스

2학년이 된 세아는 학교에서 가장 무섭다는 홍덕 선생님의 반이 되었다. 여자 선생님이었지만 어떤 남자 선생님보다도 무서웠다. 그녀는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냈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저 멀리서도 들렸다. 그녀는 키가 크고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몸집이 보통 어른들보다도 컸다. 그녀는 화를 잘 내서 항상 얼굴이 붉었다.

그녀는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손바닥을 때렸다. 아주 작은 연필 길이의 막대기였는데 맞으면 아팠다. 세아는 부모 상담이 끝난 다음 날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맞았다. 세아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몰랐다.

“저 아무 잘못도 안 했어요.”

“너 집에서 소파에서 숙제했다며”

“네...”

그날부터 세아는 한 달 동안 선생님에게 손바닥을 매일 맞았다.

어느 날은 선생님이 갑자기 화를 내며 말했다.

“모두 책상 위에 무릎 꿇고 의자 들어.”

세아는 의자가 무거워서 몇 번이나 떨어뜨렸다.

“윤세아! 뭐 하는 거야?”

세아는 다시 의자를 올리다가 의자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세아가 눈을 떴을 때는 보건실이었다. 보건실에는 보건 선생님만 있었다.

세아가 선생님에게 맞은 일은 반 아이들도 모두 알았다.

도깨비 빌리지의 커뮤니티 카페에는 도방 초등학교 엄마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어제 윤세아 쓰러졌데. 벌서기 전에 손바닥도 맞았다는데. 근데 아주 살살 때렸다고 대현이가 그러더라고. 근데 세아는 엄청 아파했데.”

“부모 상담 이후부터 그랬다는데. 뭐 잘못한 거 아냐? 말실수를 했다거나.”

“그랬을 수도 있지. 일하는 엄마여서 바빠서 그랬을 수 있고.”

“세아 엄마는 본 적도 없어서. 많이 바쁜가 봐. 원래 여기 학교는 엄마들이 자주 오잖아. 엄마들 모임도 오고 그래야 친해질 텐데.”

희연은 엄마들 모임에 가지 않았다. 아직 그런 곳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인간들이란 모이기만 하면 남의 이야기니.’

희연은 인간들이 싫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좋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희연의 관심은 도깨비 빌리지에 있는 도깨비들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들이 여기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가 궁금했다. 그들이 이곳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희연은 도깨비 빌리지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정보가 필요했다. 도깨비들은 이미 인간 세상에서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희연은 자신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인간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다.

미연은 요즘 많이 바빴다. 매일 이곳저곳으로 출장을 가야 했다. 회사가 작은 회사라서 미연이 해야 하는 업무가 여러 가지였다. 설문지를 돌려서 고객들이 선호하는 물건이나 디자인을 알아보는 것이 미연의 업무였다. 회사에 대한 홍보도 미연이 했다. 회사의 모든 일을 미연이 조금씩은 다 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퇴근 시간이 6시에 바로 퇴근할 수 있어서 좋았다. 회사도 집에서 20분 거리였다.

미연은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일이 자랑스러웠다. 미연은 무엇인가 열심히 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홍덕은 학교 정원 안에서 도깨비방망이로 도깨비불을 만들고 있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명훈은 홍덕을 보며 말했다.

“보려면 보라지. 어차피 기억도 못 할 텐데. 학교에 있으면 답답해. 예전에 저쪽 산이 최고로 좋았는데. 인간들이 너무 개발을 해서 우리가 쉴 때가 없어. 이게 다 그 윤 씨 집안 때문에 그런 거야. 난 그래서 윤 씨들만 보면 화가 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윤 씨가 한둘이냐고.”

“지금 괴롭히는 애는 집이 잘 살진 않더라고. 그 윤 씨네는 엄청 부자였는데 말이지. 같은 윤 씨 일리 없지.”

“근데 그 아이는 왜 괴롭히는데?”

“그냥 너무 인간 같아서? 나 인간들 안 좋아하잖아.”

“그러다가 학교에서 문제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럼 얼른 도망가야지. 안 그래도 이 학교는 너무 답답하단 말이야. 너무 따분하고.”

홍덕은 도깨비불을 없애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또 어디 가서 장난을 부리려고.”

도방 초등학교에는 화장실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화장실 안에서 밖을 보면 얼굴이 빨간 귀신이 앞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화장실 가기를 꺼려했다.

“우리 같이 화장실 가자.”

여자아이들은 화장실을 함께 갔다.

세아는 소문을 듣고 무섭기는 했지만 귀신을 믿지는 않았다. 세아는 화장실을 혼자 갔다. 세아가 화장실에 갔을 때는 화장실에 아무도 없었다. 세아가 화장실을 나오려고 문에 손을 대자 뭔가 뜨거운 것이 앞에 있는 것 같았다.

“앗, 뜨거워.”

문틈으로 누군가 앞에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구세요?”

세아는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도와주세요!”

문틈으로 하얀빛이 지나가고 화장실에는 아무 인기척도 없었다.

“누구 있어요?”

세아는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아는 서둘러 교실로 갔다. 교실에 앉은 세아는 성호가 자리에 없는 것을 보았다.

‘사람이 아니야.’

세아는 선생님께 말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말하지 못했다. 누구도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

학교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세아는 달리기 시합에서 3등을 했다. 민정이는 1등을 했다. 민정이 아빠는 반 아이들이 있는 곳까지 와서 민정이를 응원해 주었다. 세아는 엄마가 왔는지를 보았다.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민정이 아빠는 유명한 배우였다. 홍덕 선생은 민정이를 좋아했다. 민정이 아빠가 인사를 하자 홍덕 선생은 반가운 얼굴로 이야기를 했다. 세아는 민정이가 부러웠다. 민정이는 항상 반에서 빛나는 아이였다. 선생님은 민정이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었다.

세아는 항상 눈치를 잘 보는 아이였다. 부모님 앞에서도 떼를 쓰거나 무엇을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았다. 아빠, 엄마는 바빠서 세아를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이제 우리 차례야.”

2학년 퍼포먼스 차례였다. 탈춤이었다. 도방 초등학교의 운동회는 다른 곳과는 달랐다. 도깨비들의 건강과 운을 비는 행사였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운동회 같았다.

세아는 연습한 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평소에 연습을 할 때 홍덕 선생은 세아에게 엄격하게 대했다. 세아는 자신의 동작이 틀릴까 봐 마음을 졸였다.

희연은 운동장에 온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 중에는 도깨비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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