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연의 외모는 아름다워서 남자들은 그녀에게 반했다. 그녀는 도깨비보다 인간을 더 좋아했다. 영원히 사는 도깨비들보다는 인간들의 인생이 더 재밌었다. 하지만 명희는 항상 희연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다.
“소미 아빠, 이 여자 믿지 마세요.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
“여사님 제가 뭐 잘못한 것 있나요? 여보, 여사님이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어요. 혹시 일이 많이 힘드신가요?”
명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희연을 노려보았다. 희연은 평소와 다르게 명희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있었다. 희연은 명희가 이 집에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희연은 장미꽃을 거실에 있는 꽃병에 꽂았다. 희연은 장미꽃 향기를 맡으며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명희는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연수에게 전화를 했다.
“연수야 우리 내일 잠깐 보자. 할 말 있어서.”
“그럼 나 일하는 집으로 올래? 잠깐 비는 시간이 있어서 오후 1시쯤 와. 나 일하는 집 엄마도 그 시간에는 안 와.”
“어. 낼 보자.”
다음날 명희는 주소를 보고 집을 찾아갔다. 그곳은 40분 거리의 아파트였다. 벨을 누르자
“어서 들어와. 야 반갑다.”
식탁에 앉은 명희는 한숨을 쉬었다. 연수는 명희에게 차를 주었다.
“그런데 그 집에서 나가면 갈 데가 없어. 모은 돈도 없고 난 자식도 없잖아. 가족들도 아무도 없어.”
“다른 데 일자리를 알아봐. 거기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여기만큼 주는 데는 많지 않더라고. 그리고 소미가 걱정돼서 어디를 못 가겠어. 나도 없으면 소미가 어떻게 될지도 몰라. 네가 그 여자를 몰라서 그래. 진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난 봤거든. 그 여자의 표정을... 그건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어.”
홍덕 선생은 아이들에게 공지를 했다.
“이번에 가창대회에 나갈 친구를 뽑을 거예요. 반에서 3명 나갈 거니까 하고 싶은 친구들은 말해주세요.”
세아는 쉬는 시간에 선생님에게 갔다.
“저도 가창대회 나가고 싶어요.”
음악실에서 가창대회에 나가고 싶은 아이들이 노래를 불러보는 시간이 있었다. 세아는 떨렸지만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다행히 목소리가 잘 나왔다.
“다연이, 성호, 세아가 가창 대회에 나가는 걸로 하자.”
세아는 기분이 좋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선생님이 불러서 갔다.
“세아야 가창대회 민정이가 나가야 할 것 같구나.”
“왜요? 제가 분명히 됐다고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그게... 민정이가 나가기로 했어.”
세아는 너무 속상한 마음에 화가 났다. 하지만 선생님은 세아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미연은 오늘 화장품이 든 가방을 잃어버렸다. 미연은 집에 가서 좀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연은 집에 도착하고 피곤했지만 세희와 세준이를 보느라 쉬지도 못했다.
“엄마, 나 학교에서...”
세아는 엄마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엄마는 세희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따라 세희가 텔레비전을 같이 보자며 떼를 썼다. 엄마는 세아한테 신경 쓸 시간은 없어 보였다. 세아는 엄마에게 가창대회 이야기를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다.
가창대회에서 민정이는 은상을 받았다. 민정이는 다연이보다 노래를 잘하지도 않았는데 상을 받은 것을 세아는 믿기 힘들었다.
합창대회에서도 민정이는 지휘자가 되었다. 홍덕 선생은 민정이를 많이 예뻐했다. 세아도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칠판도 닦고 선생님 심부름도 맡아서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세아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미술 시간에 재활용으로 뭔가를 만들어서 선생님께 제출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세아는 집에서 밤까지 열심히 만들었다. 자신의 작품이 교실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세아는 기뻤다. 반 아이들 모두의 작품이 전시된 것이지만 세아는 자신의 작품이 특별히 더 멋져 보였다.
도깨비 빌리지의 겨울은 다른 곳보다 추웠다. 아무리 난방 공사를 해도 온도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 도깨비들은 그 정도면 따뜻하다고 생각했지만 인간들에게는 너무 추운 온도였다.
“사람을 불러도 추워. 소미야 너도 춥지? 집만 좋지. 이렇게 추워서야.”
집안이 바깥보다 더 추운 것 같았다. 명희와 소미는 집에서도 옷을 껴입었다. 희연은 항상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었다.
“그러다 감기 걸려요. 여기가 파티장도 아니고.”
명희는 희연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도깨비 빌리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그들 중에 도깨비가 아닌 자들은 건강이 좋지 않았다. 동물들조차도 오래 살지 못했다. 그래서 도깨비 빌리지에는 귀신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경비 업체에서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경비 업체 직원들도 일을 오래 하지 못했다. 건강이 안 좋아져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도깨비들의 예민한 성격 때문에 갈등이 자주 일어났다.
성호도 도깨비 빌리지에 살았다. 성호의 아버지는 말수가 적어서 서로 대화가 없었다. 성호는 엄마가 없어서 엄마의 역할은 집사님이 했다. 성호는 잠을 잘 때마다 악몽을 꿨다.
‘구해줘. 나를 구해줘.’
진짜로 들리는 말인지 꿈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남자 목소리 안 들려요?”
성호는 집안에서 일하시는 집사님에게 말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요.”
“요즘 저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요.”
“원래 어릴 때는 악몽을 많이 꾸죠. 저도 어릴 때는 그랬어요.”
집사는 성호를 안아주며 말했다. 성호는 학교 갈 준비를 하며 도깨비 빌리지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