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빌리지에는 커뮤니티 센터 옆에 모르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은 입구가 없었다. 창문은 있지만 쓰지 않는 공간, 그곳은 아무도 관심이 없는 곳이었다.
화려한 커뮤니티 센터와 도깨비 소굴 같은 공간은 같은 건물이 맞는지 눈을 의심해야 했다. 희연은 지나가는 어르신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 여기 가보신 적 있으세요? 제가 여기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여기? 여기 피트니스잖아. 여기 엄청 좋아. 사우나도 최고고.”
다른 사람 눈에는 낡은 그곳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성호는 밤에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지만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이 들지 못했다. 성호는 잠옷을 입은 채로 밖으로 혼자 나갔다. 성호가 없어진 것을 안 집사는 성호를 쫓아서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성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에요?”
“누가 나를 불러서요.”
“누가요?”
“모르겠어요. 자꾸 구해달라는 소리가 들려요.”
“꿈을 꾼 거예요. 빨리 집에 들어가요.”
집사는 이 사실을 성호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번이 두 번째예요.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세아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친구들을 쫓아서 학교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그림이 있었는데 아이와 어른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림은 아름답지 않아서 그 앞에 있으면 조금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로 간 거지?'
인간의 시간은 짧았다. 도깨비 입장에서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세아는 4학년이 되었다. 세아는 또 홍덕 선생의 반이 되었다. 소미와는 같은 반이 되었다.
홍덕 선생은 수업 시간에 세아에게 선생님 책상 옆에 있는 난초의 잎을 닦고 물을 주고 오라고 했다.
소미는 작년과 달리 많이 말라지고 예민해졌다. 전에 알던 소미가 아닌 것 같았다.
“세아야 자리 좀 바꿔줘.”
“자리 바꾸지 말라고 선생님이 그랬잖아.”
소미의 말에 세아는 거절을 했다. 이날부터 소미는 세아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현장 학습을 가는 날 세아가 버스 자리에 앉자 아이들은 세아를 피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 친구가 세아 옆이 되자
“나 여기 앉기 싫어.”
세아는 이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소미는 다른 아이들에게 세아의 험담을 했고 아이들은 세아를 피했다. 세아는 학교 수업 후에 소미에게 갔다.
“너 뭐 하는 거야? 갑자기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뭘? 그때 자리를 바꿔줬으면 됐잖아.”
“무슨 일 있어? 요즘 너 어디 아픈 거 같아.”
소미도 최근에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네가 자꾸 이상하게 구니까 그렇지. 너 이상해. 아주 많이. 너 그런 애 아니잖아.”
“너만 보면 자꾸 화가 나.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계속 화가 나.”
소미의 목소리가 갈라지며 이상하게 들렸다.
“너... 소미가 아닌 것 같아.”
세아는 교실을 나와서 운동장으로 나갔다.
홍덕 선생은 박을 잔뜩 들고 산에서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이걸 이제 쓸 수 있다니. 신난다.”
빠른 속도로 홍덕 선생은 학교로 향했다.
다음날 홍덕 선생은 아이들에게 박을 나눠주었다.
“박 위에 그림 그리기를 할 거예요. 박을 조각칼로 파서 무늬나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면 돼요,”
아이들은 한 명씩 나와서 박을 받아갔다. 세아가 마지막으로 박을 받으러 나오자 홍덕 선생은 세아에게 이상하게 생긴 박을 주었다.
“제건 왜 이렇게?”
“그 박이 네 것이다.”
홍덕 선생은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세아가 받은 박은 크기가 작아서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박 모양이 약간 찌그러져 있었다. 박을 받은 날 저녁에 세아는 몸살이 났고 다음 날 학교를 가지 못했다. 그래서 박을 만드는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몸이 아픈 것도 있지만 그날 세아는 학교를 가고 싶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세아는 학교에 도착해서 운동장을 뛰었다. 그런데 운동장 바닥에 500원짜리 동전이 수십 개가 있었다. 세아는 동전을 줍기 시작했다. 운동장 전체에 500원짜리 동전이 있었지만 그것을 본 것은 세아뿐이었다. 세아는 생각지도 못한 동전에 기분이 좋았다. 세아는 운동장을 계속 돌며 동전이 있는지 땅을 보며 걸어 다녔다.
다음 날에도 또 다음 날에도 운동장에는 500원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었다. 세아는 매일 500원짜리 동전을 주머니에 넣었다.
세아는 그동안 모은 50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문구점에 갔다. 그리고 사고 싶은 것을 잔뜩 사서 집으로 갔다. 세아의 박은 아직 손도 대지 않았었다. 박은 밤마다 희미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