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는 셔틀버스의 맨 처음 타는 아이였고 맨 마지막에 내리는 아이였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세아한테 잘해줬는데 어느 날은 정류장이 아닌 세아의 집 앞까지 태워다 줬다.
“아저씨가 선물 줄게.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
기사 아저씨는 하늘색 어린이용 선글라스를 세아에게 주었다. 세아는 선물을 받아서 가방에 넣었다. 마음에 드는 선물은 아니었다. 세아는 집에 와서도 선글라스를 만지지 않았다.
“세아야 이 선글라스 어디서 났어?”
가방을 열어본 엄마가 선글라스를 들고 있었다.
“그게... 버스 아저씨가 줬어요.”
세아는 아저씨가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이걸 왜 받아?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알았지?”
미연은 선글라스를 텔레비전 옆에 놓았다. 미연은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세아는 셔틀버스를 탔다. 기사 아저씨는 차를 대고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다른 친구가 아직 오지 않아서 기다렸다. 기사 아저씨가 다가왔다.
“세아야 어제 선글라스는 써봤어?”
아저씨는 세아의 옆에 앉았다.
“세아는 언제 어른이 될까? 아직 작아서 더 커야겠다.”
세아는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몸이 굳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갑자기 친구 한 명이 도착해서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는 깜짝 놀라더니 일어났다.
세아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버스에서 내렸다. 무서운 그 느낌은 아직까지도 생각이 났다. 성호는 걸어서 학교에 왔다. 세아를 보자마자 인사를 했다.
“세아야.”
성호가 세아를 불렀지만 세아는 무엇인가 무서운 것을 본 사람처럼 두려운 표정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때 성호에게는 또 그 소리가 들렸다.
‘구해줘.’
성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보았다. 학교에서 그 소리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성호는 식은땀이 났다.
세아는 학교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았다. 소미 주변에는 친구들이 많았다. 소미의 안색은 더 안 좋았다. 소미는 웃고 있었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지환은 명희를 불렀다.
“이번 달까지만 일하시고 나오지 마세요.”
지환의 말에 명희는
“소미는 내가 아기 때부터 키웠어요. 소미를 그 여자한테 놔두고 갈 수는 없어요.”
명희는 물러설 수 없었다. 자신이 없으면 소미가 희연의 괴롭힘을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달까지요. 돈은 드리죠.”
명희는 마음이 아팠다.
‘우리 예쁜 아가 어떡하나...’
세아는 아침마다 기사 아저씨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는 것이 무서웠다. 아저씨를 피하려고 친구가 올 때까지 버스에서 서 있었다. 서 있는 동안은 아저씨가 자신의 옆에 붙어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는 친구가 있을 때도 기사 아저씨는 자꾸 다가왔다.
“세아보다 연아가 더 작네.”
세아는 마음속으로 너무 무서운데 도와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셔틀버스를 탈 때 부모님은 바쁘셔서 혼자 와야 했고 친구도 혼자 걸어왔다.
‘구해줘 구해줘 구해줘.’
세아는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다.
어느 날 소미는 눈이 빨간 채로 학교에 왔다. 책상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본 세아는
‘무슨 일 있나?’
세아는 소미가 걱정이 되었다. 소미가 점점 더 말라져 보여서 세아는 가방 안에 있던 마들렌을 소미의 책상 서랍에 넣었다. 작년에 소미와 같이 먹던 마들렌이었다. 소미가 그때를 기억할지는 알 수 없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세아는 소미에게 뛰어갔다.
“소미야. 무슨 일 있어?”
“나 오늘 집에 가기 싫어.”
“왜?”
“할머니가 이제 안 오신대. 나 이제 어떡해? 아빠도 이상하고 그 아줌마는 너무 무섭고.”
“할머니가? 오늘 내가 같이 있어 줄까?”
“넌 내가 밉지도 않아?”
소미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소미 넌 내 친구잖아.”
“미안해. 그냥 네가 너무 부러워서 그랬어.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는 네가.”
“소미야 울지 마. 나 너 미워한 적 없어.”
세아는 소미를 안았다. 소미의 몸이 예전보다 더 말라져 있었다.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집에 있는 그 아줌마 사람이 아니야. 난 분명히 봤어. 그 아줌마의 얼굴을... ”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본 걸 그 아줌마가 알아. 그래서 나를 미워하는 거야.”
세아는 소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럼 뭐야? 그 아줌마는?”
“아주 무서운 도깨비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