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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우근 Sep 10. 2024

작은 공포


  기차를 타고 내가 살았던 마을로 간다.     


  한때 마을의 담장을 칠하던 아저씨도 떠난, 부모님도 이제 살지 않는, 열 살 무렵 나와 덩치가 비슷했던 개의 몸이 차가워졌던     


  기차의 네모난 창은 우리가 지나고 있는 풍경을 상영한다. 단풍이 물든 나무들이 이어지고, 이 논에도 저 논에도 벼를 수확하면서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다. 개를 상상할수록 나의 어린 개는 기차의 네모난 창을 향해 끝없이 달려오는데     


  작은 공포가 되어서 터널은 불현듯 찾아온다. 터널을 지나면서     


  기차에서 노인은 봉지에 담긴 콩을 집지 못하고, 나란히 앉은 두 사람에게 한 사람은 지워져 가고, 군인은 지갑 속 사진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기차는 아무것도 지나지 않은 것처럼, 여전히

  불이 꺼진 어느 방처럼 무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터널이 지나가자마자     


  나는 아직도 작고 여린 개를 생각하고     


  노인은 부스럭거리면서 콩을 먹고, 연인은 서로의 손을 더 꽉 잡고, 군인은 지갑 속의 사진을 꺼내서 그 얼굴을 만져 본다.     


  다가오는 작은 공포와 함께

  우리가 우리일 수 있게 하는 작은 마음이 이 기차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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