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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우근 Sep 10. 2024

해안가

  당신은 이 해안가에 혼자 들어온 사람일 것이다

  해안가의 물이 들어왔다가 나가며 여러 색깔로 변하는 것을 볼 것이다

  두 손으로 받은 물이 손틈 사이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당신이 한때 손에 쥐었던 것이 물의 형태로 사라진다고 느낄 것이다

  그건 당신이 오래 잡았던 손 같은 걸까, 자주 쓰다듬었던 동물의 털 같은 걸까

  당신은 물이 끈적끈적하게 당신을 붙잡고 있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당신을 쳐다보는 무언가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옷깃을 적시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모래사장에 누워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러자 해안가 안에 

  당신이 올려다본 하늘을 힘껏 날던 새떼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생각을 마비시켰던 수십 만 개의 가시 같은 빗줄기가 흘러들어온 것을 안다

  만지면 만질수록 생겨나는 기포들처럼 

  떠나온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일을 멈출 수 없다

  당신이 엄마와 함께 풀숲을 빠져나왔을 때 지나온 초록빛 물방울도, 친구들과 헤어지고 기차에 튕겨졌던 회색빛 물방울도 내게로 스며들었다

  당신이 해안가 가까이서 누군가를 생각할수록 

  나는 그 누군가에게 나를 빌려줘서 

  당신의 발밑으로 스며들고 포옹하게 되는 것이다

  포옹을 하자마자 거품이 되어가는, 이상한 경험을 하면서

  나는 당신을 떠났던 사람의 표정과 몸짓이 물처럼 흘러가서 모인 구성체이며,

  오늘 보았던 당신의 미래일 것이다  

  그러다가 밤에 사람들이 나타나 폭죽을 쏘고 소란스러워지면 

  출렁거리던 나는 어두운 벽돌처럼 굳어진 모습으로 당신에게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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