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나무는 수백 년째 이상하고 아름다운 주전자다
정원 곳곳의 과일나무는 물줄기처럼 사방으로 과일을 하나씩 떨어트리고
우리는 두 손을 펼쳐서 과일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손은 푸르러지다가 붉어지다가 사라져 갔을 것이다
사라진 손에서 생겨나는 작은 손들처럼
바구니 속에, 상자 속에 과일을 채워도
끝이 없을 정도로 과일나무는 들끓고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두 손은 과일나무의 가지처럼 해가 비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놓친 땅 밑에 떨어진 과일을 먹고 자라난 동물들이 산 곳곳에서 들불처럼 번져 나갈 것이다
과일나무의 내부는 우리의 몸속처럼 검다
둥근 주전자 안에는 고개를 들이밀어 봐도 볼 수 없는 어둠이,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어둠이 있다
내부라는 어둠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 있다
우리 몸속에서 돌고 도는 피처럼
밤의 고속도로에 불빛을 내면서 만드는 차의 행렬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주전자가 그만 우리의 컵을 넘치게 한다
어느 날 우리는 길을 가다가 터진 감을 머리에 맞는 사람이 된다
환한 햇빛에 얼굴이 타들어 갈 것 같은 오후에